10년간 혁신 손 놓은 인텔...겔싱어 CEO도 사임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사임한 팻 겔싱어 인텔 CEO. AP 연합뉴스

‘반도체 왕국 재건’을 목표로 인텔 지휘봉을 잡았던 팻 겔싱어(63) CEO가 2일(현지시간) 전격 교체됐다. 4년 전 추락하는 인텔의 구원투수로 등장했지만 10년 이상 기술 혁신에 손을 놓았던 탓에 주력인 중앙처리장치(CPU) 반도체는 물론 인공지능(AI) 반도체에서 경쟁 업체들을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텔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겔싱어 CEO가 지난 1일부로 사임했다고 밝혔다. 대신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데이비드 진스너 부사장과 클라이언트컴퓨팅그룹(CCG) 등을 이끄는 미셸 존스턴 홀트하우스 사장이 차기 CEO 선임 때까지 임시로 회사 공동 CEO를 맡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겔싱어 전 CEO의 구체적인 사임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계속되는 실적난에 사실상 경질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겔싱어 전 CEO는 2021년 2월 인텔 복귀 이후 ‘반도체 왕국 재건’을 목표로 야심찬 계획을 추진해 왔다.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재진출을 선언하고 삼성전자는 물론,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 TSMC를 수년 내에 따라잡겠다고 선언했다. 또 미 정부로부터 이른바 ‘인텔 지원법’이라고 하는 ‘반도체 법’을 만들어 78억6500만 달러(약 11조 원)의 직접 자금 지원을 끌어냈고, 미국과 전 세계에 걸쳐 대규모 투자를 추진했다.

그러나 10년 이상 기술 혁신을 방치했던 여파가 컸다. 지난 2년간 파운드리 사업에 250억 달러를 투자했지만, 수익은커녕 2021년 51억 달러, 2022년 52억 달러, 2023년 70억 달러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올 상반기 누적 적자만 53억 달러에 달했다. AI 용으로 내놓은 가우디 3도 시장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인텔 주가는 연초 대비 60% 가까이 빠진 상태다. 또 경영난이 지속되면서 경쟁사인 퀄컴의 인수 대상으로까지 거론되고 있다. CNBC는 "인텔은 핵심 사업에서 시장 점유율을 잃고 AI 시장을 개척하지 못하면서 장기간 침체에 빠진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황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