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주문 할테니 전투식량비 대신 내달라”… 경찰, 군간부 사칭 피싱 수사

전국서 노쇼 피해 등 76건 확인

“김○○ 중사입니다. 50인분 주문합니다.”

군 간부를 사칭해 가게에 단체 주문을 하고도 나타나지 않거나 이를 빌미로 돈을 가로채기까지 하는 범죄가 전국 각지에서 잇따르자 경찰이 광역 수사에 나섰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3일 이 같은 사건이 전국 12개 시·도경찰청에서 76건 확인됐다며, 2일 강원경찰청 형사기동대를 집중수사관서로 지정해 사건을 병합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76건 중 24건은 대량으로 음식을 주문한 후 전투식량·식자재 등의 ‘대리 구매’를 요구하는 방식으로 돈을 뜯어낸 뒤 잠적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지난 4월 전북 장수군에서는 군인 말투를 쓰는 남성이 음식점에 “훈련 중인 장병 50명이 먹을 닭백숙을 포장해 달라”고 전화한 뒤, “과일도 준비해 달라”며 과수원에 미리 결제해 달라고 요구했다. 음식점 점주는 과수원 대표라는 인물의 계좌로 309만 원을 송금했지만, 해당 남성은 연락을 끊은 뒤 잠적했다.

지난달 강원 정선군에서도 170만 원 상당의 돼지고기를 주문한 남성이 ‘와인을 대신 주문해 달라’며 500만 원을 가로채는 사건이 발생했다. 단일 사건의 최대 피해액은 2520만 원에 이른다.

그 밖에 돈을 가로채지 않더라도 음식을 대량 주문한 뒤 ‘노쇼’하는 사건들이 이어지면서 영세 소상공인들의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용의자들은 위조된 공문과 신분증 등을 보여주며 업주들을 안심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은 “소상공인들은 대량 주문 접수 시 예약금 설정, 공식 전화번호 확인 등 각별한 주의를 해 달라”고 당부했다.

조재연 기자 jaeye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