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1등 하고 싶은 마음 있어… ‘영서’ 사랑받을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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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년이’서 열연 신예은

‘선’보다 ‘악’ 역할일때 주목받아
“다양한 감정 표현할수있는 얼굴”

“나는 네가 최고의 상태일 때 싸워서 실력으로 이길 것이다.”

전국 시청률 16.5%(닐슨코리아 기준)로 막을 내린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정년이’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사 중 하나다. 이 대사의 주인은 타이틀롤인 정년이(김태리 분)가 아니다. 그의 라이벌인 영서(신예은 분·사진)가 무리하게 득음 연습을 하다가 컨디션이 망가진 정년이에게 던진 말이다. 영서는 ‘정년이’에서 주인공과 대척점에 서는 안타고니스트다. 하지만 신예은이 연기한 영서는 오히려 많은 응원을 받았다. 인간의 저변에 깔린 욕망을 적절히 드러내면서 결코 반칙을 하지 않으려는 그의 모습에 공감을 산 이들이 많았다는 방증이다. 그 어려운 연기를 해낸 신예은을 눈발이 날리던 11월 말, 서울 강남 카페에서 만났다.

영서가 악역이라는 의견에 동의할 수 없다는 신예은은 “전 영서가 사랑받을 거라고 생각했다. 많은 이들이 겪어볼 만한 감정이라 여겼다”면서 “누구나 1등을 하고 싶지 않냐. ‘영서가 오히려 마음이 단단한 아이’라는 반응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신예은은 앞서 넷플릭스 ‘더 글로리’에서도 주인공 문동은에게 학교 폭력을 가하는 박연진(청소년 시절) 역을 맡아 관심과 비판을 동시에 받았다. 여기에 ‘정년이’까지 더해, 유독 ‘백’보다 ‘흑’의 입장에 설 때 각광받았다. 두 캐릭터를 비교해 달라는 주문에 신예은은 “이번 작품에서 박연진의 얼굴이 보이지 않기를 바랐다”면서 “두 사람이 가진 악은 조금 달랐다. 박연진은 확실히 나쁜 애였는데, 허영서는 마냥 나쁜 애는 아니어서 어느 정도의 감정만 표현하려고 했다. 이번 연기를 통해 ‘내 얼굴에서 표현할 수 있는 (감정의) 범위가 넓다’고 깨달았다”고 기뻐했다.

신예은은 ‘정년이’를 위해 1년간 판소리를 배웠다. 극 중 극인 ‘춘향전’ ‘자명고’ ‘바보와 공주’ ‘쌍탑전설’을 소화하기 위해 실제 소리꾼 못지않은 연습 시간을 할애했다. ‘타고난 소리 천재’ 정년이를 이기기 위한 영서의 싸움에 신예은도 동참한 셈이다. 그는 “연습하다가 목소리가 안 나올 때 힘들었다. 병원에선 ‘하지 말라’고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남들보다 목이 약하단 부분에선 조금 지쳤던 것 같다”면서도 “소리는 정말 재미있었다”고 환하게 웃었다.

신예은은 일찌감치 차기작을 정하고 촬영에 매진하고 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디즈니+ 첫 사극 ‘탁류’다. 푸르던 경강이 탁류로 변해버린 무법천지의 조선을 배경으로 왈패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영서를 만나기 전에는 제 장점보다 단점에 더 신경 썼던 것 같아요. 장점을 드러내기도 전, 단점을 고치는 데 집중했죠. 이제 제가 가진 장점을 살리는 데 초점을 둔 연기를 하려 합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