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시대에 계엄이라니… 나라 걱정에 뜬눈으로 밤새워”

  • 문화일보
  • 입력 2024-12-04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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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밤 ‘계엄사태’에 시민 패닉

“軍 헬기 날아다녀 공포였다”
“군대 간 아들 연락 안돼 걱정”
상인들은 매출타격 우려 ‘울상’
시민단체들, 尹 사퇴요구 빗발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해제한 4일 오전 출근길에 오른 시민들은 여전히 충격과 불안, 당혹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계엄 패닉’에 빠져 있었다. 비상계엄 선포부터 해제까지 ‘초유의 6시간’에 대해 시민들은 “1970∼1980년대도 아니고 21세기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냐”며 분노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서울 강남구 강남역에서 만난 시민 김승주(58) 씨는 “어제 속보가 뜬 후 아침까지 국회의 계엄령 해제 표결 과정과 이후 계엄군의 철수, 국회의원들의 발언 등을 보며 불안한 마음에 한숨도 잘 수 없었다”며 “2024년 대한민국에 이런 일이 발생한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후 군 헬기가 떴던 국회 인근 거주자 김희진(28) 씨는 “한밤중 창문 밖으로 군 헬기가 날아다니는 것을 보고 공포를 느꼈다”며 “뉴스를 보고도 믿기지 않았는데 현실을 목격하니 숨이 막혔다”고 말했다. 시민 정모(60) 씨는 “막내아들이 군대에 있는데 연락도 안 되고 걱정돼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며 “국민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계엄령을 아무런 예고나 논의 없이 갑작스레 선포한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권 퇴진’을 주장하는 교수·학생들의 ‘시국선언’이 이어졌던 대학가에서는 윤 대통령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한층 커졌다. 이날 오전 국회를 찾은 서울대 학생 봉선재 씨는 “교과서에서 개념으로나 배우던 계엄 사태 등 ‘폭정’이 눈앞에 닥친 상황을 보고, 지식인으로서 거리로 나서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서울대 교수회는 이날 교수회장 명의의 긴급 성명서를 내고 “한밤중 발생한 정치적 사변을 심각하게 우려한다”며 “정부와 국회는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어 헌법에 따른 절차를 준수해 비정상적인 상황을 신속히 종식하길 엄중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서울의 한 대학 헌법 교양과목 교수는 수강생들에게 “대통령이 제시하는 계엄선포 사유가 헌법이 정한 요건에 합치하는 것인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스스로 사고해보라”는 공지를 보내기도 했다. 서강대 학생 단체인 ‘청년서강’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국민이 대통령에게 명령한다. 대통령은 당장 국민의 뜻에 따르라. 우리는 다른 대한민국을 원한다”고 주장했다.

장기 불황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들은 비상계엄 사태가 촉발한 혼란이 경제를 더 어렵게 만들 것이라며 낙담했다. 식당에 채소 등을 납품하고 있는 현모(60) 씨는 “지금 자영업자들은 장사가 안돼 가게를 접느냐 마느냐를 고민하고 있는데, 정치가 이래도 되냐”며 “연말 특수를 기대하지도 않았지만, 이 사태가 오래갈 것 같아 걱정”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자영업자 윤모(65) 씨는 “어제까지만 해도 소상공인 살리겠다고 내수 진작을 외치던 대통령이었다”며 “자영업자 지원 정책이 제대로 진행되겠냐”고 우려했다. 시민 박성종(32) 씨는 “대통령이 이런 경제적 후폭풍을 생각하지 않고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인지, 계엄령의 의미와 무게를 알고 있는지 따져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한국의 국제 위상 추락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컸다. 김찬(68) 씨는 “윗세대가 피땀 흘려 민주주의를 지킨 결과로 이제야 우리나라 위상이 높아졌는데 한순간에 ‘정치 후진국’이 돼버렸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30대 직장인 A 씨는 “외교·안보·경제 모든 것을 고려하지 않은 듯한 비상계엄 사태로 국가 위상이 실추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진보 성향 시민단체들은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참여연대는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의 사유로 설명한 국회의 탄핵소추 등은 비상계엄 선포 요건이 될 수 없다”며 “헌법을 훼손한 윤 대통령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조율 ·전수한·김린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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