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가 ‘트럼프 리스크’ 대비하는데… 한국 외교·안보 올스톱

외교장관 세계신안보포럼 불참
한·카자흐스탄 국방 회담 취소
북·러 군사동맹 발효속 시간허비

계엄령 사태로 인해 국정 시계가 멈추면서 우리 외교·안보 당국이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북·러 간 맺은 ‘군사동맹 복원’ 조약이 4일 본격 발효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오는 등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대비 전략을 세워 실행에 옮겨도 모자랄 시간에 국내 정치에 발이 묶여버린 셈이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5일 2024 세계신안보포럼에 참석 예정이었으나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비상 대기하고 있다. 독일·스페인 방문길에 올랐던 김홍균 외교부 1차관은 한국·스페인 전략대화를 연기하고 전날 조기 귀국했다. 강인선 외교부 2차관은 아랍에미리트(UAE) 출장을 보류했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도 6일 예정됐던 언론 인터뷰를 취소하는 등 대외일정을 최소화하고 있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 사표가 수리되면서 이날 열리기로 했던 한·카자흐스탄 국방장관 회담도 취소됐다. 카자흐스탄 장관이 방한하지 않기로 하면서다. 국방부 관계자는 “현재 상황을 고려해 양측이 협의하는 과정에서 취소됐다”고 설명했다. 전날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4차 한·미 핵협의그룹(NCG) 회의도 연기됐다. 미 국방부는 구체적 사유를 언급하지 않았으나, 회의 하루 전날 연기한 것으로 미뤄 계엄 선포가 무관치 않음을 짐작할 수 있다. 주중 대사관도 오는 10일로 예정됐던 정재호 대사의 이임식을 취소했다.

이 와중에 한반도 안보를 둘러싼 정세는 하루하루 복잡하게 뒤엉키고 있다. 북·러가 지난 6월 맺은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이 4일 발효되면서 양국 간 군사협력이 보다 본격화되고 노골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이 당선된 지 한 달이 지나면서 인수위 차원의 외교·안보 전략도 구체화하고 있다. 외교 소식통은 “전 세계가 트럼프 리스크에 대비하느라 앞다퉈 공을 들이는 상황에 우리는 국내 정치만 바라보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권승현 기자 ktop@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