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신인도 유지가 급선무… 여야 갈등 확대시켜선 안돼”

■ 전문가, 정치불안 해소 강조

“증안자금·외평채 동원 고려도”

지난 3~4일 ‘6시간 비상계엄’ 사태가 벌어지고 곧장 윤석열 대통령 탄핵 국면이 조성되자 경제·재정 당국은 ‘대외신인도 유지’를 위해 적극 대응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한국 경제, 특히 금융시장의 대외신인도를 지키는 것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며 정치권의 갈등 완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9일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문화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한국 경제의 대외신인도 유지에 관해 “단기적으로는 외환보유액을 사용해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방법이 있지만, 이 경우 외환위기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며 “국민연금으로부터 외화를 차입해서 쓰는 방법도 있지만, 이 역시 결국 근본적인 대책은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김 명예교수는 “경상수지는 이미 흑자인데도 대외신인도가 불안정해진 것은 (정치적 갈등 같은) 경제 외적인 요인이 있기 때문”이라며 “정치적 불안정을 완화하도록 여야가 과도하게 갈등을 확대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여건)은 달러화로 이뤄지는 대외 무역에 기반하고 있어 정치적 불안에 따른 외국인 투자자본 이탈과 원·달러 환율 급등 같은 금융·외환시장의 악화는 대외신인도 절하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 유력 경제 매체 포브스는 6일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가 입증됐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금융시장은 우리나라 경제의 펀더멘털에 대한 척도”라며 “이 때문에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 가계와 기업이 불안감을 느낄 수 있고, 외국인 투자자들의 코리아 디스카운트도 심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 실장은 “정부가 증시안정자금과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을 적극 동원해 금융시장 안정화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대외신인도 유지를 위해 적극 대응하고 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4일 미·일·중 등 각국 재무장관들과 국제통화기금(IMF) 등 주요 국제기구 총재, 글로벌 신평사·금융사에 “비상계엄에 따른 혼란이 효과적으로 통제되고 있다”는 긴급 서한을 발송했다.

박준희·전세원·구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