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뚫은 K-라면, 유럽땅 밟은 삼계탕… 식약처 ‘규제 외교’ 결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정부의 규제 외교가 결실을 거두면서 올해 5월 국내 삼계탕(오른쪽)이 유럽으로 처음 수출된 데 이어 세계 2위 라면(왼쪽) 시장인 인도네시아도 이달부터 한국산 라면 등에 대한 에틸렌옥사이드(EO) 관련 요구 조치를 풀었다. 게티이미지 제공

라면 145억개 소비하는 印尼
한국산 라면 검사성적서 요구
식약처, 제조현장 초청해 설명
결국 성분관리 강화 조치 해제

열처리 닭고기 안전성도 입증
28년 만에 EU에 삼계탕 첫 선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전 세계에 한류가 퍼지면서 K-푸드 열풍이 거센 가운데 식품 수출 분야에서는 각국의 규제 장벽을 해소하는 ‘규제 외교’가 치열해지고 있다. 이달부터 한국 라면이 인도네시아에 수출할 때 에틸렌옥사이드(EO) 관련 시험·검사성적서 요구 조치가 해제되면서 신속한 통관이 가능해졌다. 인도네시아는 한 해 즉석면 145억 개를 소비하는 세계 2위 규모의 라면 시장으로, 이번 조치 해제로 인해 한국 기업들의 적극적인 진출이 가능해졌다. 정부는 라면과 함께 삼계탕 등 열처리 닭고기 제품과 관련, 지난해 12월 유럽연합(EU)과 수출 위생·검역 협상을 타결했으며 올해 5월 국내 삼계탕을 처음으로 유럽에 수출했다. 1996년 EU에 삼계탕 수출을 요청한 지 28년 만이다.

◇규제 뚫어 인도네시아 수출 문턱 낮춘 K-라면 = 인도네시아는 세계 2위 규모의 라면 시장을 가졌지만, 지난 2022년 10월부터 한국산 라면에 대해 수출 시마다 EO 및 2-클로로에탄올(2-CE) 시험·검사성적서 제출을 요구하는 등 수출 장벽을 세웠다. 이 같은 조치는 2020년 EU가 인도산 참깨에서 EO 검출을 계기로 식품 수입통관을 강화하면서 시작됐다. 인도산 향신료 등으로 조사가 확대됐고 2021년 한국산 라면에도 농약 성분이 검출된 점을 문제 삼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당시 조사를 진행했고, 조사 결과 EO는 불검출, 2-CE는 소량 검출됐지만 인체에 무해하다고 결론 내렸다. 한국이나 미국은 두 물질을 구분해 표기하는 반면 유럽 등은 합쳐서 EO로 표기하다 보니 발생한 오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하지만 각 국가의 무역 장벽과 안전 우선 정책이 강하다 보니 규제 장벽 해소까지 2년이 걸렸다.

인도네시아의 EO 관리강화 조치로 인해 2023년 한국산 즉석면류 수출액(900만 달러)은 전년 대비 61.4% 수준에 그쳤다. 2023년 인도네시아는 즉석면 소비량 145억 개, 전 세계 소비량의 15%를 차지한다. 인도네시아의 조치에 대응하기 위해 식약처는 업계 의견을 수렴해 인도네시아 식품의약품청(BPOM)에 다양한 방식으로 국내 라면에 대한 안전관리 정책인 검사명령 제도, 유통제품 수거·검사 등 및 라면 업계의 EO 저감화 노력 등을 설명했다. 특히 지난 5월 ‘제2회 아시아·태평양 식품 규제기관장 협의체(아프라스 2024)’ 기간 동안 인도네시아 식품의약품청장과의 양자회의를 통해, 국내 라면에 대한 안전관리 정책과 품질관리의 우수성을 설명했고, BPOM 소속 공무원을 초청해 즉석면류 제조 현장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 결과 인도네시아 정부는 이달부터 한국산 라면에 대한 EO 관리강화 조치를 해제한다고 우리 측에 회신했다. 앞서 식약처는 지난 7월 EU의 한국산 라면에 대한 EO 관리강화 조치를 18개월 만에 해제한 바 있다.

◇28년 만에 유럽 땅 밟은 삼계탕 = 정부는 삼계탕 등 열처리 닭고기에 EU와 1996년부터 검역위생 협상을 개시했지만, 당시 한국은 안전관리 인증기준인 해썹(HACCP) 제도가 도입되지 않았고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협상이 중단됐다. 유럽 국가들의 한국의 식품 위생 신뢰도가 낮은 것도 큰 원인으로 작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후 축산물에 대해 1998년부터 해썹 제도를 본격적으로 시행하고 가축 방역 여건이 나아지면서 2013년부터 EU와 협상을 다시 추진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식약처 등 관계 부처가 국내산 열처리 닭고기의 안전성을 입증하고 현지 실사 등을 완료한 결과 지난해 12월 유럽에 열처리 닭고기 수출길이 열렸다. 정부는 2020년 1월 EU를 탈퇴한 영국까지 수출국에 포함시키기 위해 올해 1월 수출 가능 여부를 타진했고, 5월 영국에서 위생·검역 요건 등을 안내받았다. 이후 정부는 국내 기업들의 수출 절차를 지원하고 수출 증명서 서식을 마련하는 등 관련 절차를 8월 마무리해 10월 삼계탕의 첫 수출이 이뤄졌다.

전 세계에 부는 K-푸드 열풍 이면에는 규제 장벽을 허물기 위한 당국자 간 규제 외교가 치열하다. 식약처는 “수출 협상을 진행 중인 국가·품목 외에도 신규 품목의 수출 협상을 개시하고, 수출 대상국·업계·관계기관과 긴밀히 소통하면서 K-푸드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기 위한 양자 또는 다자 규제 외교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 한국산 라면, 역대 최초 수출 10억 달러 돌파… 9년 연속 기록 경신

전 세계인들이 한 해 먹는 라면은 약 1200억 개로 한 사람당 약 15개를 먹는 셈이다. 한국은 대표적인 라면 수출국으로, 최근 10년간 매년 수출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고 있다.

세계라면협회(WINA)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라면 소비량은 1202억1000만 개로 집계됐다. 중국이 422억1000만 개로 가장 많고 2위는 인도네시아(145억4000만 개)다. 인도(86억8000만 개)와 베트남(81억3000만 개), 일본(58억4000만 개)이 각각 3∼5위를 형성하고 있다. 한국은 약 40억4000만 개를 소비해 8위를 기록했다.

세계 라면 시장은 아시아 국가들이 주로 상위권을 차지하고, 영국(24위)·독일(25위)·캐나다(32위)·프랑스(38위) 등 유럽과 북미 국가들은 하위권에 위치했다. 1인당 라면 소비량이 가장 많은 국가는 베트남이다. 2022년 기준 베트남 국민은 1인당 총 86개의 라면을 소비했다. 한국은 2위로 한 사람당 한 해 77개를 소비했다. 다만 베트남의 봉지 라면 평균 중량은 75g 내외인 반면 한국은 120g이다. 이를 환산하면 한국인은 1인당 약 9.2㎏, 베트남인은 6.5㎏으로 한국인이 1년에 3㎏ 정도 라면을 더 먹는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10월 기준 한국 기업들의 라면 수출액은 10억2000만 달러(약 1조4600억 원)를 달성해 전년 대비 30.0% 늘었으며, 역대 처음으로 한 해 수출액이 10억 달러를 넘었다. 지난해 라면 수출액은 9억5200만 달러였으며, 올해까지 9년 연속 최대 수출 기록을 경신하고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K-푸드 열풍이 라면에도 불고 있는데, 한국 기업들은 9년 연속 최대 수출 기록 경신을 이어갔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