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군축 나서달라”… ‘노벨상 한강’ 언급하며 호소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10일 노르웨이 오슬로 시청에서 열린 노벨평화상 시상식에서 예르겐 바트네 프뤼드네스(왼쪽부터) 노르웨이 노벨위원회 위원장과 다나카 데루미 니혼히단쿄 대표위원, 다나카 시게미쓰 대표위원, 미마키 도시유키 대표위원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UPI 연합뉴스

■ 노벨위원장, 평화상 수여

일본 원폭 생존자단체 수상
“발사준비 핵탄두 4000개
감축 말고는 다른 길 없어”
정원술·이태재씨도 참석

일본 원자폭탄 생존자 단체인 니혼히단쿄(日本被團協)가 10일(현지시간) 노벨평화상 시상식에서 상을 받았다. 이날 시상식에는 한국인 원폭 피해자들이 함께했으며 노벨위원회 위원장은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를 언급하며 핵 군축 필요성을 강조했다.

니혼히단쿄의 다나카 데루미(田中熙巳·92), 미마키 도시유키(箕牧智之·82), 다나카 시게미쓰(田中重光·84) 대표위원 등은 이날 오슬로 시청에 마련된 시상식 무대에서 예르겐 바트네 프뤼드네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 위원장으로부터 노벨평화상 메달과 증서를 받았다. 한국인 원폭 피해자인 정원술(81) 한국원폭피해자협회 회장과 원폭 피해 2세인 이태재(65) 한국원폭피해자후손회 회장도 한복 차림으로 시상식에 참석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시상식에 참석한 정원술(왼쪽) 한국원폭피해자협회 회장과 이태재 한국원폭피해자후손회 회장.UPI 연합뉴스

이날 시상식에서 프뤼드네스 위원장은 원폭 피해를 지적하며 핵무기 사용은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한강 작가를 언급했다. 프뤼드네스 위원장은 “트라우마와 기억에 관한 한강의 글은 그가 수상자로 선정된 이유 중 하나”라며 “기억의 작업은 저항의 행위, 변화의 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노벨평화상을 계기로 전 세계가 핵 군축에 나설 것을 호소했다. 그는 “노벨위원회는 핵확산금지조약(NPT)에 서명한 5개 핵보유 국가 조약에 따른 의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라고 촉구한다”며 “또 더 많은 국가가 핵무기금지조약(TPNW)을 비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나카 데루미 대표위원은 수상 대표 연설을 통해 “상상해보라. 즉각 발사될 준비가 된 핵탄두가 4000개”라며 “히로시마(廣島)와 나가사키(長崎)에서 발생했던 것보다 수백, 수천 배 더 큰 피해가 당장도 가능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핵무기 제거를 위해 뭘 해야 할지 함께 논의하고 각국 정부에 행동을 요구하기를 전 세계 모두에게 청한다”고 호소했다. 또 다나카 대표위원은 한국인 피폭자들과 해외로 이주한 피폭자들이 겪은 고통을 헤아려 일본 정부에 지원을 요구해 왔다는 점도 언급했다. 정 회장은 시상식 후 연합뉴스에 “전쟁, 평화, 공존, 화해의 네 가지를 생각했다”며 “뭉클하면서도 과거를 생각하면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는 것까지 아주 많은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 회장도 “지난 80년간 고통 속에 살았을 한국의 피폭자들이 생각나 목이 메고 말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이종혜 기자 ljh3@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