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음악친구와 음반… “노벨상 한강 작가에게 바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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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세 이기영·임성수 교수
‘한강은 흐른다’ 앨범 출시

그는 독일 베를린공대에서 생명공학 장학생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호서대 자연과학부 교수로 재직하던 중 미국 텍사스 의대 교수를 지내기도 했다. 그의 친구는 미국 버지니아 공대에서 장학생으로 통계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에 돌아온 후 고려대 교수로 실험설계, 데이터 분석 등을 가르쳤다. 최근 음반 ‘한강은 흐른다, 꽃이 다시 피다니!’를 함께 낸 이기영(사진 왼쪽) 호서대 명예교수와 임성수(오른쪽) 고려대 명예교수 이야기이다.

올해 67세인 두 사람은 서울 보성고 동창이다. 고교 1학년 때부터 서로 작곡한 것을 보여주며 대화를 나눴던 음악 친구였다. 이 교수는 대학 때 MBC 대학가요제에 출전해 최종 본선에 올랐다. 그는 10일 인터뷰에서 당시를 이렇게 되돌아봤다.

“대학가요제 때 옆 번호 학생이 심수봉 씨였어요. 심 씨 등과 함께 본선 리허설까지 다 마쳤는데, 경연 전날 밤에 저에게 출연 금지령이 떨어졌습니다. 제가 가톨릭학생회 독서 클럽 총무를 했는데, 그게 학생 운동으로 찍혔던 모양입니다. 군사정권의 엄혹한 시절이었으니까요.”

두 사람은 이후 음악에서의 꿈을 접고 각기 학문의 길을 걸었으나, 인생의 늦가을에 다시 듀엣 ‘MDI’를 결성해 음악 활동을 하고 있다. MDI는 다차원 지능(MultiDimensional Intelligence)이라는 뜻으로, 전쟁과 기후 변화 등으로 인한 지구촌 위기 시대에 지혜의 메시지로 생명과 평화를 노래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이번에 펴낸 음반은 제목에서처럼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헌정하는 것입니다. 또한 한반도의 대동맥인 한강이 흐르면서 우리의 한류 문화와 홍익 공동체 정신이 퍼져나가 세계인의 생명을 밝혀 꽃이 다시 피어난다는 의미가 있지요.”

첫 번째 노래 ‘한강은 흐른다’는 오세영 시인의 시에 이 교수가 곡을 붙인 것이다. 두 번째 노래 ‘꽃이 피다니!’는 오 시인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이 교수가 쓴 시에 임 교수가 곡을 만들었다. 다음 노래 ‘광야’는 이육사 시에 이 교수가 곡을 붙인 것이다.

“이육사 시 중 ‘끊임없는 광음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등의 구절은 서양에서 중시하는 양자역학적 세계관이 들어있습니다. 홍익정신을 바탕으로 한 우리 민족의 기철학과 상통하는 것이지요. 우리 겨레는 물질이 아니라 마음을 중시해왔는데, 이 마음을 담은 노랫소리가 율려(律呂)이고 양자 파동입니다.”

네 번째 노래 ‘지구를 위하여(이기영 작시, 이기영·임성수 작곡)’는 이 교수가 2001년 당시 9세인 딸(이인아)과 함께 부른 것을 리메이크한 작품. 천주교환경상을 받은 것을 계기로, 인간의 탐욕으로 죽어가는 자연을 살리자는 메시지를 담았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 설화산에 태양광발전 시설을 한다며 아름답고 오래된 송림을 포크레인으로 파헤치더군요. 저는 그걸 막기 위해 산속에 들어가 살며 시를 써서 SNS로 전했습니다. 주변 시인들 권유로 그 시들을 묶어 펴낸 시집이 ‘꽃이 다시 피다니’입니다. 자연을 존중하며 순리대로 살며, 좌우익 갈등의 가치관을 넘어서 양자역학적 홍익 세상으로 돌아가자는 뜻을 담았습니다.”

음반의 마지막 곡은 ‘한강은 흐른다’를 안산시립합창단이 부른 것이다. 그 가사의 한 구절. ‘저마다 생의 등불 환하게 밝히면서 오늘도 은하수로 묵묵히 흐른다…’.

장재선 전임기자 jeije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