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에 밉보인 檢… 판사 370명 늘릴 때 검사는 ‘0명’

늘 동반 처리됐던 판·검사 증원
야당, 판사법만 분리해 통과시켜

5∼10년마다 보조를 맞춰 ‘패키지’로 처리됐던 판·검사 증원이 22대 국회에서는 검사를 빼고 판사 증원만 이뤄졌다. 법조계에서는 야당이 검찰 개혁, 수사·기소 분리 등을 내세워 수사에 꼭 필요한 검사 증원을 무산시키면서 사건 처리 지연으로 국민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2025년부터 5년간 판사 숫자만 증원하는 내용의 법관정원법만 통과하고 검사정원법은 무산되면서 법무부와 대검찰청에는 비상이 걸렸다. 내년부터 5년간 법원은 사건 수 증가에 맞춰 판사 370명을 늘릴 수 있지만 검사 정원은 2292명에 한동안 못 박히게 됐기 때문이다. 지난 21대 국회에서는 여야 갈등으로 법관정원법·검사정원법이 함께 폐기된 반면 이번처럼 판사 정원만 분리해 증원한 것은 처음이다.

법조계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검찰개혁을 내세워 의도적으로 검사 증원을 뒷전으로 미룬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서영교 민주당 의원이 11월 8일 대표 발의한 법관정원법은 12월 6일 법사위에 상정돼 사흘 뒤 상임위인 법제사법위원회 통과, 10일 본회의 통과 등으로 속전속결로 처리됐다. 반면 서 의원에 앞서 9월 4일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검사정원법은 법관정원법과 동일하게 지난 6일 법사위에 상정됐지만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고 뒷전으로 밀렸다. 해당 법안은 2029년까지 5년간 검사 220명을 순차 증원하는 내용을 담았다.

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현 사법체계는 형사 재판부별로 검사가 대응하는 구조이기에 판사만 늘어서는 사건처리 적체 및 재판 장기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며 “검사 숫자가 적절히 늘지 않으면 일반 형사사건부터 처리가 지연된다”고 지적했다.


강한 기자 str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