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에듀테크 업계… “100억 들인 AI교과서 못쓰면 어쩌나”

국정 공백에 내년 도입 불투명
에듀테크 인력·재정 ‘타격’우려

탄핵 정국으로 국정 공백 상태가 이어지자, 막대한 예산을 들여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 사업을 준비해온 에듀테크 업계의 위기감도 고조하고 있다. AI 교과서는 윤석열 정부의 교육개혁 핵심과제로 내년 3월 도입 예정이었지만, 야당과 교육계의 반발에 대통령 탄핵이 현실화할 경우 도입 자체가 무산될 수 있어서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정부 기능이 마비되면서 교육 기업들은 AI 교과서 향방에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한 에듀테크 기업 관계자는 “AI 교과서 사업에 기업마다 적게는 수십억 원에서 많게는 100억 원 이상 예산을 쏟아부어 2년 이상 준비해왔다”며 “대통령 탄핵 시 내년 도입이 불투명해질 수 있어서 비상이 걸린 상황”이라고 말했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달 29일 76종의 AI 교과서를 내년 1학기부터 선정된 일선 학교 교실에서 활용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야당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은 ‘시기상조’라는 이유로 강력 반대하고 있다. 이미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AI 교과서를 ‘교육자료’로 규정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단독으로 통과시켜 제동 걸기에 나선 상황이다. 교과서는 학교에서 의무로 사용해야 하지만, 교육 자료는 학교장이 사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국정 공백 속에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 가능성이 한층 커지면서 당장 2년여간 AI 교과서 개발에 투자했던 업계는 깊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한 교육업체 관계자는 “학령인구 감소로 갈수록 열악한 사업환경 속에서 AI 교과서를 돌파구로 삼고 별도 사업부를 만들어 막대한 예산과 인력을 투자했다”며 “AI 교과서가 무산되면 도산할 수도 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에듀테크 스타트업 관계자도 “단순히 교과서뿐만 아니라 에듀테크 생태계 전체가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웅 기자 topspi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