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 “한동훈, 의견수렴 없이 ‘尹출당 윤리위’ 소집” 반발

윤상현 “이렇게하는 이유 뭐냐”
김재원 “최고위원 연락도 안해”
한동훈 체제 흔들기 지속할 듯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 출당·제명 카드를 꺼내면서 당내 입지가 더 좁아지는 형국이다. 한 대표가 계엄·탄핵 국면에서 앞장서서 발언하고 이것이 의원총회나 공식회의 석상에서 무효화하는 일들이 이어지면서 리더십이 잘 먹히지 않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윤 대통령 2차 탄핵소추안 표결(14일)에서 탄핵안이 통과될 경우 한 대표에 대한 책임론과 사퇴 목소리는 최고조에 달할 전망이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13일 페이스북에 “한 대표의 지시로 한밤중에 대통령 출당·제명을 위한 당 중앙윤리위원회가 열렸다”며 “당원과 국회의원들의 의견 수렴 절차도 건너뛰고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의원총회와 당 최고위원회의 등을 통한 의견 수렴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하루 전(12일) 한 대표 지시로 국민의힘 윤리위는 곧바로 오후 10시 모처에서 심야 회의를 열고 대통령 징계에 대한 심의를 시작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윤리위는 심의 후 “사안의 중대성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진행하겠다”고 했다.

친윤(친윤석열)계 김재원 최고위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서 “윤리위를 소집한 데 대해서는 최고위원에게 연락조차 한 적이 없었다”며 “(한 대표가) 이렇게 늘 운영하기 때문에 당내에 많은 의원들이 반발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을 포함해 김민전·인요한·장동혁·진종오 등 선출·청년 최고위원 5명 중 4명 이상이 사퇴하면 현 지도부는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된다. 김민전 최고위원은 탄핵안이 통과되면 사퇴하겠다는 뜻을 이미 밝힌 바 있다.

당장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가결되더라도 한 대표 스스로 물러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친한(친한동훈)계 김종혁 최고위원은 13일 MBC 라디오에서 “(최고위원들이) 사퇴를 해서 한동훈 지도부가 붕괴하면 역사적인 죄를 짓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 일각에선 탄핵 정국에서 친윤계가 한 대표 사퇴 압박에 직접 나서기보다 당내 비판 여론을 내세워 ‘한동훈 체제 힘 빼기’에 주력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탄핵 반대 당론에 대한 국민적 여론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탄핵 찬성을 주장한 한 대표에게 직접 사퇴하라고 하기도 부담되는 상황”이라며 “원내 불신을 기반으로 한 대표를 궁지로 몰아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윤정선 기자 wowjot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