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행은 행정 위축 막아내고 野는 책임 분담해야[사설]

여야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 이후 국정 운영을 놓고 맞서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5일 국회와 정부의 국정안정협의체 구성 제안에 이어 16일에는 “논의 주도권을 국민의힘이 가져도 좋다. 경제 분야에 한정해서라도 참여해 달라”고 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여전히 여당이고, 민주당이 여당이 된 것처럼 행동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맞섰다. 여당의 반발은, 입법·예산·탄핵·특검 등 야당의 국회 폭주가 없었던 것처럼 상황이 둔갑되는 데 대한 불만 때문일 것이다.

탄핵심판 결정이 나올 때까지 국정 운영의 주체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다. 대통령이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 국무총리와 국무위원의 순서로 권한을 대행한다(헌법 제71조). 대행은 현상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권한 행사에 그쳐야 한다는 의견이 있으나 헌법상으로는 말 그대로 모든 것을 대행할 수 있다. 무엇보다 현재 국내외 상황이 엄중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집권 2기 출범 전후로 국제 정세와 경제 환경이 급변하고 있고, 국내 경기 악화와 정치 불안이 국민 일상을 압박하고 있다. 공직자들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행정부 위축이나 무력화가 있어서는 안 될 상황이다. 오는 21일이 공포 여부 시한인 ‘농업 4법’과 국회증언감정법 등에 대한 재의 요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

국민의힘은 여당만을 강조할 게 아니라, 야당 협조를 끌어내는 것이 권 원내대표가 말하는 ‘여당으로서 책임 정치’다. 민주당이 한 대행에 대한 탄핵소추 중단을 밝힌 것은 바람직하나, 국정 운영까지 쥐락펴락할 것이란 의심이 없도록 해야 한다. 한 대행이 민주당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다고 해서 탄핵소추로 위협한다면 국정 불안 책임은 민주당으로 돌아간다. 반대로 경제·민생 관련 법안 통과에 앞장서면 다소나마 진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