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체제 붕괴 與 ‘계엄 비호당’ 자처하면 미래 없다[사설]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국민의 판단은 선명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 사유로 내세운 야당 횡포 등에 대해 공감을 표시하는 많은 국민에게도 ‘국민에게 총부리를 들이댄’ 이미지는 오랫동안 트라우마처럼 남을 것이다. 이런 사태에 맞섰다는 이유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사퇴했다. 지난해 말 총선을 앞두고 구원투수로 등장한 때부터 1년, 총선 패배 뒤 대표로 선출된 이후 5개월을 채우지 못하고 하차한 것이다. 한 대표는 “탄핵이 아닌 길을 찾아보려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허사가 됐다”면서 “탄핵으로 마음 아프신 지지자 분들께 많이 죄송하다”고 했다.

지난 14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직후 선출직 최고위원 5명이 사퇴하면서 자동으로 최고위가 무너지면서 사퇴가 불가피했다. “비상계엄은 위헌·위법하다”며 계엄 해제를 촉구했고, 윤 대통령의 즉각적인 직무정지가 필요하다며 ‘탄핵 찬성’ 입장을 밝혔던 한 대표가 사실상 쫓겨나면서 국민의힘은 심각한 정체성 위기와 혼란에 직면하게 됐다. 우선, 국민의힘은 여당으로서 이번 비상계엄 사태의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윤 대통령의 독선과 독주를 막지 못한 정치적 책임에서 한 대표도 자유로울 순 없다.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았겠지만, 이미 일어난 만큼 이젠 수습에 나서야 할 때다.

이번 계엄은 요건에도 맞지 않고, 국회와 중앙선관위에 계엄군이 진입한 것은 이론의 여지 없이 위헌·위법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진다. 그나마 한 대표가 계엄 반대를 주장하면서 18명의 의원을 이끌고 본회의장으로 가서 해제에 앞장서는 바람에 동반 몰락하는 최악은 모면했다. 이런데도 ‘탄핵 소추안에 찬성한 부역자를 몰아내고 90명이 똘똘 뭉치자’라는 극단적인 주장까지 나온다. 비상대책위원장을 누구로 할지 등을 지켜봐야 하지만 국민의힘이 계엄을 비호하는 정당에서 탈피하지 못한다면 미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