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마러라고 간 정용진… 대미외교 ‘기업인 역할론’ 급부상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5년전 회동 대통령 탄핵 정국 속 민간 기업인들의 대미 외교 역할론이 급부상하는 가운데 지난 2019년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국내 주요 기업인들이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신동빈 롯데그룹 회장·트럼프 대통령·허영인 SPC그룹 회장·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최태원 SK그룹 회장. AP 뉴시스

■ 탄핵정국속 외교전 나선 기업들

정용진, 마러라고 1박2일 방문
17, 18일 트럼프 장남과 함께해

리더십 공백에 ‘대미정책’ 부재
기업들 직접 美인사들 접촉나서
“민간 기댄 ‘자리만들기’는 안돼
국가 어젠다 바탕 접근계획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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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이 ‘트럼프 2기’와의 접점을 늘리기 위한 본격적인 외교전에 돌입한 가운데 우리나라는 대통령 탄핵 사태에 따른 국정 혼란으로 기업인들이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대미외교의 빈자리를 채워야 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고 있다. 현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사저를 방문 중인 정용진 신세계 회장이 내년 1월 20일 대통령 취임식에도 참석할지 주목되면서 재계는 물론 정·관계에는 ‘기업인의 대미외교 역할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정 회장을 비롯해 미국에 폭넓은 인맥을 보유하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으로서 대미 보폭을 넓히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도 트럼프 2.0 시대의 대미 외교 갈증을 풀어줄 메신저로 주목받고 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정용진(왼쪽) 신세계그룹 회장이 지난 1월 미국 출장 중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를 만난 뒤 자신의 SNS에 공개한 사진. 정용진 회장 SNS 계정 갈무리

18일 재계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의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는 정 회장이 트럼프 인맥으로 가장 주목받고 있다. 정 회장은 트럼프 주니어의 초청으로 지난 16일(현지시간)부터 총 3박 4일 일정으로 트럼프 당선인 사저인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를 방문했다. 방문 일정 중 17~18일 이틀간 트럼프 주니어와 대부분의 일정을 함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내년 트럼프 당선인 취임식에도 정 회장이 참가할지 재계 안팎의 관심이 쏠린다. 다만 취임식에는 정 회장 개인적인 참석보다 정부에서 보내는 특별사절단 일원으로 참여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재용 회장은 2016년 트럼프 당선인이 주최한 기업 대표 간담회에 해외 기업인 중 유일하게 초청받은 만큼, 트럼프 측근이 주목하고 있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글로벌 대관조직인 글로벌퍼블릭어페어스(GPA)팀을 실 단위로 승격했다. 최 회장은 내년 2월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제4회 트랜스퍼시픽 다이얼로그(TPD)에 최종현학술원 이사장으로 참석해, 한·미·일 전현직 고위 관료와 글로벌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2025년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경제인 행사에 트럼프 당선인을 초청할 계획이다.

정 회장을 비롯한 기업인들의 민간사절 역할론이 기대되고 있지만, 국가적인 준비 없이 즉흥적으로 접근하면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트럼프 정부는 ‘정치의 비즈니스화’를 지향해 자리 한번 만들어 보라는 식의 기업인 개인기 활용만으론 한계가 있다”며 “국가적 어젠다를 바탕으로 정교하게 접근해야 메신저 역할을 십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용권·김호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