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 ‘유니콘 100배’ 헥토콘 등극… 치솟는 몸값에 벤처캐피털 업계 고민[Global Foc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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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lobal Focus

기업가치 1570억 달러 달해
3년동안 10배 넘게 뛰어올라

AI스타트업 투자비 ‘천문학적’
성과는 기대이하인 경우 많아
캐피털 업계 수익성 걱정까지

지난 2022년 챗GPT 개발과 함께 전 세계에 인공지능(AI) 붐을 일으킨 오픈AI가 올해 10월 66억 달러 조달에 성공하며 기업 가치를 1570억 달러(약 225조6720억 원)로 평가받았다. 스타트업으로 아직 상장도 안 된 기업의 가치가 1000억 달러를 뛰어넘은 것이다. 이처럼 AI와 같은 기술이 인류 미래를 바꿀 게임체인저로 평가되면서 미래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덩치만큼이나 성장 방식도 독특해 자금 투자를 놓고 벤처캐피털(VC) 업계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오픈AI, 세계 5번째 헥토콘으로 등극= 헥토(hecto)는 100배를 의미하는 단어로, 헥토콘은 기업가치가 10억 달러인 유니콘보다 기업 규모가 100배 큰 비상장 스타트업을 일컫는 말이다. 즉, 기업 가치가 1000억 달러 이상인 기업을 의미한다. 미국의 데이터 분석·리서치 기관 CB인사이츠에 따르면 현재까지 헥토콘 자리에 오른 기업은 5곳이 있다. 2020년 틱톡 모회사 바이트댄스가 첫 영예를 안았고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소유한 스페이스X(2021년)와 간편 결제 시스템 알리페이를 만든 앤트그룹(2022년), 패션 브랜드 쉬인(2022년)이 그 뒤를 따랐다. 이어 오픈AI가 올해 5번째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앤트그룹과 쉬인의 기업가치는 이후 하락해 2024년 12월 현재 헥토콘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곳은 바이트댄스, 스페이스X, 오픈AI 등 3곳뿐이다. 헥토콘에 미치지 못하지만, 기업 가치가 100억 달러를 넘는 스타트업들도 있다. 이런 기업을 데카콘이라고 부르는데, CB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데카콘은 전 세계에 50여 곳이 있다.

오픈AI의 기업 가치인 1570억 달러는 세계 최대 투자회사 중 하나인 골드만삭스의 기업 가치와 비슷한 금액이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오픈AI의 기업 가치는 860억 달러로 평가됐지만 AI붐에 힘입어 1년도 안 돼 기업 가치가 두 배가 됐다. 회사가 설립된 2021년(140억 달러)에 비해서는 10배 넘게 뛰어오른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AI의 기업가치 급등에 대해 “기술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우려에도 AI에 대한 열광이 여전히 강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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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커진 덩치에 VC는 고민 = 스타트업의 덩치가 갈수록 커지면서 VC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성장을 위해 투자해야 할 자금 규모도 덩달아 커지기 때문이다. 특히 오픈AI로 대변되는 AI 기업의 경우 대규모언어모델(LLM) 개발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자해야 하는 반면 수익은 얻기 쉽지 않아 투자 자체를 고민하는 VC들도 적지 않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설명했다. AI 기업의 경우 자금 조달 규모가 워낙 커 VC보다 대기업들이 더 많은 자금을 투자하기도 한다. 실제 오픈AI가 최근 조달한 66억 달러에는 VC인 스라이브캐피털(12억5000만 달러) 외에 마이크로소프트(MS·10억 달러)·소프트뱅크(5억 달러)·엔비디아(1억 달러) 등 기술기업들이 대거 돈을 댔다.

AI 기업에 대한 투자 방식도 고민사항이다. VC들은 전통적으로 자금을 다수의 스타트업에 분산투자해왔다. 하지만 AI 기업에 대한 투자는 소규모 특정 기업에 집중해야 한다. AI 업계의 기술 확장이 ‘스케일링 법칙’에 따라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스케일링 법칙은 오픈AI가 제시한 원칙으로 학습 시간이 길어질수록, 추론 시간이 늘어날수록 AI 성능이 강화된다는 이론이다. 이로 인해 AI기업에 대한 투자는 LLM에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의 에단 몰린 교수는 한 블로그에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AI개발 비용을 추산해 화제가 됐다. 챗GPT가 출시된 2022년 LLM 비용은 1000만 달러였으나 이후 개발된 일부 최첨단 LLM은 1억 달러를 넘어섰고 곧 출시될 최신 LLM은 10억 달러에 달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궁극적으로 LLM 훈련 비용이 1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이라고 몰린 교수는 추정했다.

문제는 이 같은 막대한 자금을 들여 개발한 LLM이 실제 드라마틱한 성능 향상으로 이어지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실제 오픈AI가 최근 출시한 LLM인 o1은 57개 항목 중 54개에서 전 모델인 GPT-4o를 능가하는 점수를 기록했지만 3개 항목에서는 GPT-4o와 동등하거나 그 이하 성능만 보였다. GPT-3에서 GPT-4까지는 스케일링 법칙이 적용되는 듯 보였지만, 이후에는 이 법칙이 제대로 성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최신 LLM을 개발해도 얼마 지나지 않아 뒤처지는 기술이 돼버린다는 점도 VC 업계가 AI 업계 투자를 놓고 고민하는 이유 중 하나다. 오픈AI는 한발 앞선 기술을 선보이며 AI 업계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설립한 지 3년 넘게 아직 수익은 내지 못하고 있다. 미국 정보기술(IT) 전문매체 디인포메이션은 올해 오픈AI의 적자 규모가 50억 달러를 넘어설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이는 올해 예상 매출액인 37억 달러를 넘어서는 액수다. 2028년까지 누적 적자는 44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관측됐다. 전 세계 챗GPT 유료이용자 수가 1000만 명을 돌파했지만, 흑자전환 시기는 2029년 이후가 될 것으로 분석됐다.

황혜진 기자 bes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