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 어려운 삼청동 안가·합참 벙커 ‘계엄본부’ 삼은 듯

지도에 없는 고도의 보안시설
압수수색 영장도 발부 힘든 곳
안가서 계엄 결정·벙커서 리뷰

경찰, 주변 CCTV 등 토대로 수사

윤석열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비상계엄 주도·실행 세력이 삼청동 안전가옥(안가), 합동참모본부 지하 벙커 결심지원실(결심실) 등을 ‘계엄 본부’로 삼은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도청 등이 불가능해 비밀 유지가 용이한 데다, 향후 있을지 모르는 수사에서도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되기 어려운 장소인 점 등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전 장관은 지난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전 수시간 전부터 “얘기가 새는 것 같다”고 주변에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계엄 선포 직전까지 보안 우려가 상당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후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갔다. 윤 대통령이 이날 오후 7시 서울 삼청동 안가에서 조지호 경찰청장, 김봉식 서울경찰청장, 김 전 장관, 박안수 육군참모총장(계엄사령관) 등을 차례로 소집했다. 윤 대통령은 조 청장, 김 청장에게 계엄 작전 지휘서를 최종 하달하며 계엄 선포 계획, 시간 등을 알렸다고 한다.

삼청동 안가는 고도의 보안 시설로 통한다. 정치권에서는 공개 장소인 용산 대통령실이나 한남동 관저보다 도청 우려가 없는 곳이라는 말들이 나온다. 해당 장소가 지도에 표기되지 않는 고도의 보안 시설이어서 외부인의 눈을 피하기 좋다. 이 같은 점 때문에 계엄이 해제된 지난 4일에도 박성재 법무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이 안가에서 ‘계엄 후 회동’을 했다. 경찰은 이 같은 안가의 특성에 주목, 안가와 주변 CCTV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하기도 했다.

은밀한 계엄 논의가 안가에서 이뤄졌다면, 계엄 후 비상 대책 논의는 군 내 최고 보안 시설인 합참 결심실에서 이뤄졌다. 윤 대통령은 4일 오전 1시 20분부터 1시 50분쯤까지 30분간 합참 전투통제실을 방문했다. 특히 이곳의 결심실에서 극소수 핵심 참모와 대책 회의를 열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국회에 (병력) 1000명은 보냈어야 한다”는 취지의 말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검·경은 비상계엄을 외곽에서 기획한 혐의를 받는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문상호 정보사령관 등과 지난 1일 회동한 경기 안산의 패스트푸드점 ‘롯데리아’도 주목하고 있다. 노 전 사령관은 이 자리에서 문 사령관 등에게 “계엄이 곧 있을 테니 준비하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손기은 기자 s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