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렸던 한미 외교, 정상화 시동 건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이재명(왼쪽)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곽성호 기자

■외교장관 회담 내달 추진

미국 “한국의 헌법적 조치 지지”
균열 보였던 교류 수습 나서
한국정부 외 여야와 소통도 시사

트럼프 ‘한국 패싱’ 우려는 여전

한·미 양국이 ‘12·3 비상계엄’ 사태로 균열 조짐을 보였던 동맹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우려됐던 한·미 고위급 대면 소통도 다음 달쯤 재가동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 달 뒤면 대통령직을 이어받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측이 한국 언급을 자제하는 반면, 북한과의 대화 의지를 강력히 내비치고 있다는 점은 여전히 우려되는 대목이다.

국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미국은 한미동맹과 양국 관계를 지지하는 목소리를 지속해서 내고 있다. 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19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아태 지역 언론 간담회에서 “미국은 한국에서의 불확실한 시기에도 한국이 취한 헌법적 조치를 지지해왔고, 이 어려운 시기를 관리해 나가는 데 대해 한국에 신뢰를 표명해 왔다”고 말했다. 계엄 직후 바이든 정부는 한·미 제4차 핵협의그룹(NCG) 회의와 제1차 NCG 도상연습(TTX)을 취소하고, 캠벨 부장관은 “윤 대통령이 심한 오판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하는 등 불쾌감을 감추지 않은 바 있다. 외교가에선 한미동맹이 큰 도전에 직면했다는 우려가 나왔지만, 권한대행 체제 출범과 함께 정상화 수순을 밟고 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다음 달쯤 방미해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과 회동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외교가에선 앞으로 조 바이든 행정부를 넘어 트럼프 당선인 측과의 소통의 폭과 질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태껏 트럼프 당선인은 비상계엄 사태와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국회 가결에 대해 한마디도 내놓지 않았다.

반면 트럼프 당선인은 당선 이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해 “내가 잘 지내는 또 다른 사람” “난 김정은과 매우 잘 지낸다” “난 아마 그가 제대로 상대한 유일한 사람” 등의 발언을 쏟아냈다. 그러면서 북한 업무 등 특별 임무를 수행하는 대통령 특사에 측근인 리처드 그리넬 전 주독일 대사를 지명했다. 그리넬 전 대사는 평소 트럼프 당선인과 김 위원장의 직접 대화를 지지해온 인사다.

이에 따라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한국이 소외된 채로 미·북 대화가 이뤄질 가능성을 점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 조 장관은 지난 18일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미국의 신(新) 행정부 출범 이전에 우리의 대응 구상과 로드맵을 마련해 북·미 협상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대비해 나가겠다”고 했다.

권승현 기자 ktop@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