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사업재편 나선 정부 …M&A 비롯 R&D·금융세제 지원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최상목(왼쪽)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 ‘석화 경쟁력 제고방안’ 발표
내년 상반기 후속대책도 발표 예정
‘미래 먹거리’ 위한 고부가 지원 강화


장기간의 불황에 빠진 석유화학 업계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정부가 석화 기업의 사업 매각, 인수합병(M&A), 설비 폐쇄 등 사업 재편을 지원하기로 했다. 또 석화 산업을 고부가가치·친환경 위주로 전환해 근원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연구개발(R&D) 지원도 강화한다.

정부는 23일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최근 석화 업계의 불황 원인이 "중국·중동의 대규모 설비 증설로 인한 공급과잉 때문"이라 진단하는 한편 2028년까지 이 같은 상황이 심화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국내 석화 산업의 근본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지원 방안을 업계와 상의해 마련했다.

첫 번째 방안으로 정부는 석화 원료의 공급과잉 해결을 위한 사업재편을 적극 지원한다. 국내 석화 업계는 그간 대규모 나프타분해시설(NCC) 설비에 값싼 원료를 투입해 수출을 확대하는 구조로 성장을 이어왔으나 이 같은 단순한 성장 구조는 중국·중동 등 후발국의 대규모 설비 증설로 경쟁력을 잃은 상태다. 이에 정부는 설비 폐쇄, 사업 매각, 합작법인 설립, 설비 운영 효율화, 신사업 M&A 등 기업의 자발적 사업재편을 유인하기 위해 다양한 법제 정비, 금융·세제 지원책을 시행하기로 했다.

사업재편 기업에 대해서는 지주회사 지분 100% 매입을 위한 규제 유예기간을 현행 3년에서 5년으로 늘려 매수자가 수익이 발생한 이후 지분 규제를 이행할 수 있도록 시간적 여유를 보장해 준다. 현행법상으론 사업재편을 통해 회사 지분 100%를 매입해야 하는 기간을 3년 유예해주고 있는데, 이를 5년으로 늘려 사업을 영위하면서 낸 수익으로 지분을 매입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는 것이다.

또 사업재편에 나서는 석화 업계 등에 총 3조 원 규모의 정책금융을 융자, 보증 등의 방식으로 공급하기로 했다. 특히 사업재편 추진 시 산업은행을 통해 1조 원 규모의 사업 구조 전환지원자금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석화 업계의 비용 절감 유도와 근원 경쟁력 확보를 위한 지원도 강화된다. 정부는 석화 원료에 대한 무관세 기간을 내년 말까지 1년 더 연장하고, 공업원료용 LNG 석유 수입 부과금을 환급해주기로 했다. 또 일부 석화 기업들이 저렴한 원료 도입을 위해 추진하는 에탄 터미널 및 저장탱크 신설에는 ‘인허가 패스트 트랙’을 적용해주기로 했다.

최근 들어 사양산업으로 평가받는 범용 석화 제품 생산 체계도 고부가가치 ‘스페셜티’ 제품 중심으로 전환하도록 R&D 지원에 나선다. 정부는 이를 위해 내년 상반기 ‘2025∼2030년 R&D 투자 로드맵’을 수립해 발표하고, 고부가·친환경 화학소재 기술개발에 관해 예비타당성조사(예타) 신청을 추진하겠다고 이날 밝혔다.

석화 설비 폐쇄 등으로 지역경제 어려움이 예상되는 지역은 산업위기 선제 대응지역 지정을 적극 검토한다.

석화 산업 불황에 따른 ‘산업위기 선제 대응지역’ 지원도 강화한다. 선제 대응지역으로 지정되면 해당 산업 분야 기업들은 금융·고용안정, 연구개발, 사업화, 판로, 상담 등 20여 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석화 업계가 스스로 자구 노력을 해오고 있고 사업재편 의지도 충분한 만큼 정부는 이를 촉진하도록 제도적 지원에 나설 계획"이라며 "업계가 사업재편 계획을 마련하면 관계부처와 신속히 지원하고, 실제 정책 수요를 바탕으로 내년 상반기 후속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박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