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약 좌석이 사라졌다니… ‘투란도트’에 뿔난 관객들

사전공지 없이 객석 수천개 축소
주최 측 “아무데나 앉으라” 대응
공연 시간까지 입장도 못해 혼란

세계적 성악가들을 한데 모은 호화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은 오페라 ‘어게인 2024 투란도트’가 첫날부터 파행을 빚었다.

2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D홀에서 열린 ‘투란도트’ 개막 공연. 미리 좌석을 예매했지만, 현장에 와보니 해당 예약 좌석이 없다는 황당한 상황에 수많은 관객들이 불편을 겪어야 했다.

예매 사이트 인터파크를 통해 두 석을 예매했다는 이모 씨는 “원래 자리는 2층이었는데, 2층 객석은 통째로 없어졌다는 얘기를 현장에서 들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객은 “예매한 좌석이 없어져서 더 좋은 자리로 바꿔주겠다는 안내 직원의 말을 듣고 기다렸다가 공연에 늦었다”고 말했다.

공연은 오후 7시 30분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8시 가까이 티켓을 수령하지 못한 예약자들로 긴 줄이 끝없이 이어졌다. 공연장에 착석한 관객들은 시간 지연에 대해 불만을 터뜨렸고, 예매를 했음에도 티켓 수령조차 못한 관객들은 발을 동동 굴렀다.

오후 8시쯤 제작사 2024투란도트 문화산업전문회사의 박현준 예술총감독이 공연장 문을 닫고 공연을 시작하려 하자 줄 서 있던 관객들이 거세게 항의했다. “환불해 주겠다”거나 “오늘 공연은 ‘아무 데서나’ 봐도 된다”는 주최 측의 대응은 기름을 부었다. 주최 측 추산 이날 150명 넘게 환불을 요청했다. 고성이 오가는 실랑이가 이어지며 공연 관람 관객들 역시 피해를 봤다.

사태의 발단은 주최 측이 개막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 6800석 예정이었던 객석을 4000석 미만 규모로 대폭 줄이면서부터였다. 박 감독은 이날 기자와 만나 “빈자리가 너무 많아 보일 수 있어 판매율이 저조한 객석을 줄였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계엄 정국으로 무더기 취소표가 발생해 좌석을 조정했는데, 예매 사이트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좌석 배치가 바뀐 상황은 홈페이지나 예매 사이트를 통해 사전에 공지되지 않았다.

앞서 이번 오페라를 연출하기로 한 이탈리아 출신의 다비데 리버모어는 22일 새벽 “수준이 크게 떨어지는 이번 ‘투란도트’를 내 작품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완전히 결별한다”고 밝혀 파행을 예고했다. 이에 대해 박 감독은 “한국 공연계 및 오페라계를 우습게 알고 있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고 반박했다.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