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도 가스도… 동력 잃은 尹에너지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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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 문턱에 정책 확정발표 연기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비롯
원전로드맵 등 연내 확정 못해

대왕고래 프로젝트도 예산 칼질
석유공사 재원으로 1차공 시추

이달 초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언과 이어 전개된 탄핵 국면으로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연내 확정·발표 예정이던 각종 정책이 국회 문턱에 걸려 줄줄이 순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야당의 예산 삭감이란 난관에 봉착한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프로젝트 역시 당분간 실행에 탄력이 붙기 어려운 상황이다.

23일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연내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과 원자력발전 산업에 대한 ‘2050 중장기 로드맵’을 확정할 예정이었으나 불과 올해가 일주일 정도 남지 않은 현재로선 내년 순연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11차 전기본은 오는 2038년 최대 129.3GW로 전망되는 전력수요에 맞춰 10.6GW의 발전설비용량을 확충하는 내용을 지난 5월 ‘실무안’에 담아 공개됐다. 최종 확정을 위해서는 국회 보고 절차가 필요하다. 그러나 국회 관련 상임위원회에서는 아직 11차 전기본에 대한 보고 일정조차 잡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11차 전기본 실무안에 따르면 전력수요에 적정예비율 22%까지 더해 157.8GW 설비용량이 필요하다. 그러나 2038년까지의 신재생에너지 보급망까지 포함한 확정설비는 147.2GW이기 때문에 대형원전, 소형모듈원전(SMR), LNG 열병합발전소 등으로 10.6GW의 발전설비를 추가해야 하는 상황인 만큼 조속한 계획안 확정이 필요하다.

2050 중장기 원전 로드맵은 더욱 난망한 상태다. 정부는 정치적 급변사태가 발생하기 전인 지난 11월 이미 ‘2050 중장기 원전 로드맵 수립 태스크포스(TF)’ 최종 회의를 열어 로드맵 초안을 최종 점검하고 연내 로드맵 발표 방침을 재확인했으나 국가 기간전력망 확충 특별법과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특별법 등 동시에 감안해야 할 사안들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산업부 관계자는 “여러 가지 고려해야 할 다른 사항들이 남아 있기 때문에 사실상 연내 확정은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해당 로드맵은 원전 운영 고도화, SMR 선도국 도약, 원전의 수출산업화 등을 바탕으로 오는 2050년까지 국내 원전산업의 목표 매출·고용 규모 등의 장기 비전을 제시하는 발전전략이다. 윤 대통령도 지난 10월 말 신한울 원전 1·2호기 종합준공 및 3·4호기 착공 행사에서 “원전산업의 미래가 정치로 인해 무너지는 일이 없도록 ‘2050 중장기 로드맵’을 마련하고 원전산업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의지를 나타낸 바 있다.

한편 예상 매장량이 35억∼140억 배럴로 추정된 동해 심해 가스전 ‘대왕고래’ 유망구조 개발 프로젝트는 계엄·탄핵 국면 이전부터 야당의 문턱을 넘기 힘들 것으로 꼽힌 대표적인 에너지 정책이었다. 결국 정치적 급변사태 이후 야당 단독 감액 예산안에서 497억 원의 산업부 관련 예산이 전액 삭감됐다. 정부 관계자는 “우선 한국석유공사 측 재원으로 1차공 시추를 진행할 것”이라며 “2차공 시추부터는 가능한 민간 투자를 유치하도록 하고 예산 복원 노력에도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