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 어머니’ 고 이소선 여사, 44년 만에 계엄법 위반 혐의 무죄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2011년 9월 7일‘노동자의 어머니’ 고 이소선 여사의 운구행렬이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을 출발해 영결식장인 대학로로 향하고 있는 모습이다. 연합뉴스

남동생 전태삼 씨도 ‘계엄법 위반’ 무죄
法 “표현의 자유, 학문의 자유 침해 등 기본권 제한
당초 계엄포고 위헌·무효이므로 무죄”
전두환 신군부에 의해 계엄법 위반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고 이소선 여사와 남동생인 전태삼(74) 씨에 대해 44년 만에 무죄를 확정받았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 강민호)는 계엄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여사의 재심에서 지난 6일 무죄를 선고했다. 지난 1981년 7월 13일 이 여사가 징역 10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지 44년 만이다. 또한 계엄법 위반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 등 혐의로 함께 기소돼 징역 3년을 선고받은 전태삼 씨 등 3명도 계엄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 집시법 위반 혐의는 면소(免訴) 판결을 받았다. 면소 판결은 법령 폐지로 인해 처벌을 못하게 돼 직접적인 판단 없이 소송을 종결시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들의 계엄법 위반 혐의에 대해 “당시의 계엄 포고는 헌법과 법률에서 정한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발령됐고 그 내용도 영장주의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며 “표현의 자유, 학문의 자유 등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계엄 포고는 실효되기 이전부터 이미 유신헌법과 구 계엄법에 위배되고 위헌이므로 무효”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계엄 포고가 당초부터 위헌·무효인 이상, 이 사건 계엄 포고 제2항 가호를 위반했음을 전제로 한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은 범죄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번 재심은 전 씨 등 피고인들이 지난 2021년 11월 서울동부지법에 재심을 청구하면서 시작됐다. 이 여사와 전 씨 등은 전국연합노동조합 청계피복지부(청계피복노조)에서 활동하면서 1981년 1월 6일 서울시장의 해산명령에도 노조를 해산하지 않고 1월 18일 노조 사무실 등에서 대책을 논의한 혐의를 받았었다. 청계피복노조는 1970년 11월 전태일 열사의 죽음을 본 서울 동대문구의 여성 봉제 노동자들과 이 여사가 모여 만든 단체다. 또한 전 씨 등 3명은 지난 1981년 1월 30일 강남구에 위치한 한 사무소에서 한국사무소장인 미국인 A 씨를 소장실로 끌고 가 사무실 출입문과 소장실 문을 봉쇄한 혐의도 받는다. 또 경찰이 진입하자 석유를 바닥에 뿌려 협박한 혐의가 적용됐었다.노지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