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해산권’ 도입 검토해야 할 이유[포럼]

배병호 前 성균관대 교수, 변호사

1987년에 제정된 현행 헌법의 특징 중 하나로 제왕적 대통령제가 거론돼 왔다. 당시 여러 정치 세력의 타협으로 도입된 5년 단임제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대통령은 그 인기와 관계없이 행정부의 수반을 넘어 국가원수의 지위를 가진다. 남북 분단 상태에서 최선의 권력 분립형 정부 형태로서 도입된 대통령제이지만, 대통령의 불통과 독선, 야당의 극렬 투쟁으로 그 문제점이 지적돼 왔다.

현재의 대통령 탄핵 시국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심야에 선포한 비상계엄의 후폭풍이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발령한 이유로, 거대 야당의 무분별한 공직자에 대한 탄핵권 남용과 대통령의 법률안 재의권 행사 유도 및 행정부 예산안의 비정상적인 삭감, 그리고 부정선거 의혹 등을 들었다. 그러나 계엄 선포 155분 만에 국회가 계엄령 해제를 요구하자 대통령은 이튿날 새벽 4시30분쯤 계엄 해제를 발표했다.

느닷없는 비상계엄 선포에 국내외가 큰 충격을 받았다. 그 여파로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지난 7일 국회에서 부결됐으나, 재발의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14일 국회에서 가결됐다. 이후 헌법재판소가 윤 대통령에게 탄핵심판 관련 서류를 송달했으나, 대통령이 서류 수령을 계속 거부하자 헌재는 지난 23일 ‘발송송달’ 방식으로 처리하고, 오는 27일 첫 변론준비기일을 그대로 진행하겠다고 밝히고, 26일 재판관회의를 열었다.

헌법재판관 9인은 대통령이 임명하지만, 3인은 국회에서 선출하는 자를, 3인은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자를 임명한다. 재판관의 임기가 만료되는 경우에는 임기만료일까지 후임자를 임명해야 하나,(헌법재판소법 제6조 3항) 국회는 3인의 재판관 임기만료일이던 지난 10월 17일까지 국회 몫 3인의 후보자를 선출하지 않다가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자 23, 24일 3명의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을 실시했다. 탄핵소추로 인한 공무원의 업무정지 기간을 연장하기 위해 2개월 이상 3인의 후임 재판관 선출을 미룬 것이란 주장도 있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의 심판 대상은 ‘대통령이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했는지의 여부 및 대통령에 대한 파면결정을 선고할 것인지의 여부’이다. 헌재는 180일 이내에 선고를 해야 하므로 변론준비기일을 거쳐 변론기일을 잡아 심리를 진행할 것이다. 이를 알고 있는 당사자인 대통령 측은 의도적으로 심판 절차에 불응하거나 준비에 소홀하지 않을 것이다.

헌법 제77조에 근거한 현직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 그리고 관련자들에 대해 현재 내란죄 등으로 수사가 진행 중이다.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현행 헌법 아래서 3번이나 대통령 탄핵 추진이 있었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있다면 국민을 위해 그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방탄 국회’라는 오명을 듣는 국회의 권한남용이 문제가 된다면 그에 대한 개선 장치도 필요하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로 국무총리가 권한대행을 하고 있으나, 야당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를 추진키로 하고 그 시기를 거론하고 있다. 탄핵 사유와 관계없이 권한대행을 다시 탄핵해 행정부를 무력화한다면 개선책으로 대통령의 국회해산권 도입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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