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는 V리그 ‘인천 남매’, 속으론 ‘끙끙’

男 대한항공 순위 2위지만
허술한 수비로 잦은 위기에

女 흥국생명 최근 3연속 패배
1위지만 김연경 의존 커 불안

‘철옹성’이 흔들린다. 덕분에 반환점을 앞둔 V리그의 순위 싸움은 재미를 더하고 있다.

도드람 2024∼2025 V리그는 오는 31일을 끝으로 전체 6라운드 일정 가운데 3라운드까지 정확하게 절반을 소화한다. 현재 남자부는 현대캐피탈(15승 2패·승점 43)이, 여자부는 흥국생명(14승 3패·승점 40)이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들을 쫓는 중위권의 상승세까지 더해 남녀부 모두 치열한 순위 경쟁에 배구팬의 보는 재미를 더한다. 그러나 순위표를 조금 더 들여다보면 ‘인천 남매’의 고민을 엿볼 수 있다.

대한항공은 현재 11승 6패(승점 35)로 현대캐피탈에 이어 남자부 2위다. 시즌 초반까지만 해도 치열하게 1위 경쟁을 하던 두 팀은 27일 현재 격차가 8점이나 벌어졌다. 특히 지난 24일 맞대결에서는 현대캐피탈이 대한항공에 일방적으로 압도하는 경기력을 펼치며 세트 스코어 3-0으로 승리해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대한항공은 3세트를 경기하고도 이날 얻은 득점의 총합이 60점을 넘지 못하는 굴욕을 맛봤다. 대한항공은 이 패배까지 이번 시즌 현대캐피탈과 세 번의 대결에서 모두 무릎을 꿇어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대한항공은 올 시즌 V리그에서 전례가 없는 통합 5연패에 도전한다. 정규리그 1위와 챔피언결정전 우승까지 모두 차지해야 하는 통합우승은 ‘왕조’를 상징한다. 자타공인 남자부 최강의 전력을 자랑했던 대한항공은 최근 4시즌 연속 ‘아성’을 지켰으나 이번 시즌 수비가 구멍 나 위기를 맞았다. 수비전문 포지션인 리베로의 세대교체를 진행 중인 가운데 아웃사이드 히터 정지석, 곽승석이 리베로 포지션을 소화해야 할 만큼 안정감을 주지 못하는 상황이다.

흥국생명은 시즌 초반부터 타 팀의 추격을 허용하지 않을 듯 질주했으나 최근 3연패하며 갑작스러운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이 역시 예고된 위기다. 외국인 선수 투트쿠가 무릎 부상으로 장기 이탈이 유력한 가운데 아시아 쿼터 피치, 리베로 신연경도 부상으로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며 ‘에이스’ 김연경의 부담이 커졌다. 이 가운데 2위 현대건설(13승 4패·승점40)과 3위 정관장(11승 6패·승점31)이 각각 3연승과 7연승하며 무섭게 추격에 나섰다.

흥국생명은 2022∼2023시즌 김연경이 국내 무대에 복귀한 뒤 꾸준하게 챔피언결정전에 오르고 있다. 그러나 마지막 우승 트로피를 들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이는 김연경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팀 구성의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이번 시즌 투트쿠의 합류로 공격은 물론, 블로킹 등 수비에서도 김연경이 부담을 줄이는 효과가 컸으나 갑작스러운 부상에 발목을 잡혔다. 현재 흥국생명은 투트쿠의 대체 선수를 찾고 있다. 새로운 선수의 합류가 늦어질수록 김연경의 어깨는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오해원 기자 ohwwh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