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고흐 작품에서 발견하는 한국 미술의 면모...‘신의 눈빛을 훔친 남자 빈센트 반 고흐’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마로니에북스 제공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화가 빈센트 반 고흐. 국내에서 반 고흐의 기획전은 수십만 명이 찾을 만큼 인기를 끌며 그가 여전히 ‘불멸의 화가’임을 보여준다. 고흐의 작품에 관한 이야기는 미술관을 넘어 영화와 연극, 책까지 다양한 매체를 넘나든다. 여전히 새롭게 볼 여지가 남은 고흐의 작품에 대한 한국 미술사학자의 시선이 담긴 책 ‘신의 눈빛을 훔친 남자 빈센트 반 고흐’(마로니에북스)가 최근 출간됐다.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 전남대학교박물관 관장 등을 역임한 저자는 한국 미술사학자의 관점에서 해석해 새로운 면모를 제시한다. 많이 알려져 있다시피 반 고흐는 일본의 우키요에를 좋아해 이를 기반으로 자신의 화법을 만들기도 했었다. 또한, 그는 동아시아의 수묵화법에도 관심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네덜란드나 프랑스 시절 인물이나 풍경 드로잉을 보면 먹을 쓴 사례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네덜란드와 조선의 문화적 교섭은 거의 없었기에, 그가 조선의 그림을 작품에 접목했을 확률은 매우 낮다.

그럼에도 그의 그림엔 조선 시대 그림과 유사한 점이 많다는 것이 흥미롭다. 이를테면 반 고흐의 자화상과 초상화는 조선 후기 사대부 문인 관료들의 초상화를 떠오르게 한다. 조선 시대 초상화의 묘사 방식을 보면, 약간 우향한 포즈에 두 눈과 입술은 정면을 향하고 있다. 이는 거울을 보고 그린 반 고흐의 자화상과 몹시 닮아 흥미롭다. 그의 자화상은 왼쪽이나 오른쪽을 보는 얼굴로, 코와 귀는 측면상인데 반해 눈과 입술은 정면상에 가깝다.

책에는 고희의 작품 100점을 인물화, 정물화, 풍경화로 분류해 시간순으로 담았다. 고흐와 함께 고려 불화, 조선 불화, 조선 채색화까지 아울러 한국 미술의 면모를 발견하는 재미를 더했다.

신재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