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자료’ 된 AI교과서… 재의요구·소송 등 ‘후폭풍’

도입 준비한 학교·교사도 혼돈
개발업체 “수천억대 소송 검토”

인공지능(AI) 교과서를 ‘교육 자료’로 격하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가운데 내년 3월 현장 도입을 준비하던 교과서 업계와 학교가 거센 후폭풍에 휩싸였다. AI 교과서 발행사들은 교육자료 확정 시 정부에 천문학적 규모의 소송 제기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고, AI 교과서 선정 작업 중인 학교들 문의도 잇따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달부터 시도교육청 연수를 받은 후 내년 수업계획을 짜야 하는 교사들도 난감한 상황이다.

27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전날 야당 주도로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데 대해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재의요구권 행사를 건의하기로 했다. 다만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안 표결이 이날 오후 예정돼 있고, 한 총리가 직을 유지하더라도 적극적으로 권한을 행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에서 AI 교과서 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AI 교과서 현장 도입을 앞두고 검정통과본을 온라인상에 전시하면서 학교를 대상으로 한 홍보에 주력하던 발행사들은 소송 준비에 돌입했다. 이날 한 AI 교과서 발행사 관계자는 “교육자료로 최종 결정 시 최소 수천억 원대 정부 대상 소송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법적 검토 중”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AI 교과서 연간 과목별 구독료를 교육부 권고가(4만∼5만 원대) 기준으로 책정했을 때 매년 최소 2000억 원, 업체 희망가(11만∼12만 원) 기준으로는 최대 5000억 원의 발행사 피해가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일부 학교들은 지난 2일부터 시작된 AI 교과서 채택 과정을 준비 중인데, 이번 사태로 결정을 유보할 수밖에 없게 됐다. 한 업체 관계자는 “소수지만 이미 AI 교과서 선정 절차를 마친 학교도 있어 이후 일정이 어떻게 되는지 혼란스럽다는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도 말했다. 교육계 관계자는 “상황이 급변해 당혹스럽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