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딩기어·엔진 역추진·플랩까지 올스톱… ‘셧다운’ 가능성

착륙 도중 ‘전원 차단’ 의구심
‘메이데이’ 후 전파신호 사라져
동체착륙후 감속 안된것도 문제

179명의 목숨을 앗아간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 항공기 추락을 두고 참사 직후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 조류 충돌 외에도 전원 ‘셧다운’(차단) 가능성이 제기됐다.

국토교통부는 브리핑에서 제주항공 참사와 관련해 “사고 항공기가 착륙 도중 전원이 차단된 게 아닌가 하는 주장도 있다”고 밝혔다. 전원 셧다운은 항공기의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항공기의 전원 공급을 포함해 핵심 역할을 하는 엔진 2개 모두 손상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엔진 2개가 모두 고장 났을 때에는 정상적 운항이 불가능하고 전원 공급에 문제가 발생하면 큰 출력이 필요한 이착륙 장치인 랜딩기어가 작동하지 않는다. 사고 항공기의 경우 랜딩기어가 전혀 작동하지 않았는데 이는 엔진이 하나라도 작동했다면 발생하기 힘든 현상이다.

31일 전문가들은 전원 셧다운의 근거 중 하나로 드는 건 항공기가 자신의 위치 등을 알리는 전파 신호가 지난 29일 오전 8시 59분 조종사의 메이데이 선언과 함께 사라졌다는 것이다. 항공기 정보를 송출하는 ADS-B(항공기 위치 탐지 시스템) 역시 전원이 들어와야 작동하는 장치로 셧다운 때문에 송출이 멈춘 것 아니냐는 것이 전문가들의 추정이다. 항공기의 정보 송출은 분 단위로 기록되는데 사고 항공기의 위치 정보 송출은 같은 날 메이데이 직전인 8시 58분까지 이뤄졌다.

착륙 후 속도를 제어하는 엔진 역추진, 항공기 날개 플랩(항공기 이착륙 시 속도를 높이거나 줄이는 작용을 하는 장치), 스피드 브레이크 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도 전원 셧다운 때문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사고 당시 영상에 따르면 사고 항공기는 동체착륙에 성공했음에도 속도를 크게 줄이지 못한 채 로컬라이저가 설치된 ‘콘크리트 둔덕’에 그대로 부딪히는 모습이 담겼다. 동체 착륙을 했다 해도 엔진이 1개라도 작동했었다면 속도를 제어하는 장치가 작동해 구조물에 충돌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통상 활주로 시작 400m 지점에서 항공기가 착륙하는 것과 달리 사고 항공기는 활주로 시작 1200m 지점에 착륙한 것도, 공중에서 메이데이 선언 직후 재착륙을 시도한 것도 엔진 역추진 및 항공기 날개 플랩과 같은 속도 감속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탓에 발생했다는 것이다.

다만 국토부는 “현재로서는 전원 셧다운도 추정일 뿐”이라며 “결과는 블랙박스 조사를 통해서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전날 사고기의 블랙박스를 김포시험분석센터로 이송했다.

노지운 기자 erased@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