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AS 설치된 미국 공항, 항공기 22대 오버런 막았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EMAS 위로 비상 착륙한 항공기. OPS그룹 홈페이지 캡처

美 71개 공항 활주로 121곳에
보도블록형 이탈방지 시스템 설치
한국엔 한곳도 배치된 곳 없어

해외 항공 전문가들은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의 재발을 막기 위해 항공기 강제 제동장치 중 하나인 활주로 이탈 방지시스템(EMAS) 설치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활주로 끝에 항공기 속도를 제어하는 구조물을 깔아 항공기를 정지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국에선 아직 한 곳도 설치되지 않았지만, 미국에선 EMAS를 통해 1999년부터 항공기 22대의 오버런을 막아 자칫 커다란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사고를 막았다.

항공안전을 연구하는 나즈메딘 메시카티 서던캘리포니아대 공과대 교수는 3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무안공항의 단단한 구조(로컬라이저 콘크리트 구조물)는 항공기가 충돌했을 때 치명적이었다”며 EMAS 설치 필요성을 강조했다.

EMAS는 충분한 활주로종단안전구역(RESA)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활주로 끝에 설치하는 보도블록 모양의 구조물이다. EMAS는 비행기 착륙 속도에 맞춰 부서지는 기포 콘크리트로 만들어졌다. 구체적으로 재활용 유리로 만들어진 발포 이산화규소와 고강도 플라스틱 그물을 깔고 위에 시멘트를 덮는 방식으로, 발포 이산화규소가 충격을 완화하고 플라스틱 그물이 비행기를 강제로 제동하는 원리다. 또 토기처럼 부서지는 방식이어서 비행기가 늪에 빠지는 것과 같은 효과를 얻어 손상을 최소화하도록 설계됐다.

미국에서는 항공기의 오버런에 따른 사고 위험을 줄이기 위해 1990년대 후반부터 EMAS를 설치해왔다. 현재 미국은 뉴욕 JFK 국제공항 활주로 2곳, 플로리다 포트로더데일 공항 활주로 4곳 등 모두 71개 공항의 활주로 121곳에 EMAS를 설치했다. EMAS 덕에 미국에서는 1999년 5월 승객·승무원 30명이 탑승한 사브-340 항공기가 오버런하는 사고가 방지된 것을 시작으로 올해까지 432명이 탄 22대 항공기의 오버런에 따른 인명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 특히 지난 2008년 7월 시카고 오헤어 공항에서 EMAS가 활주로를 이탈한 항공기를 정지시켜 145명의 승객과 승무원을 구했다. 2018년 12월 캘리포니아주 밥호프공항에서도 EMAS가 117명의 승객과 승무원을 태운 항공기를 정지시켜 대형 사고를 막았다.

황혜진 기자 bes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