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전망마저 1.5% 증가 그쳐… 모든 지표에 적신호 켜졌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새해 첫 경매 2025년(을사년·乙巳年)을 시작하는 2일 오전 인천 중구 수협중앙회 인천공판장에서 새해 첫 경매(초매)가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 韓 경제성장률 1.8% 전망

정부 전망치, 국내외기관 하회
정치불안 관리 전제하에 전망
세계 경제 불확실성 증폭으로
메모리반도체 매출 폭락 예상
향후 추가 하향조정 가능성도

정부가 전망한 올해 한국경제는 수출·내수(건설)·고용·금융·외환 등 거의 모든 지표에 ‘적신호’가 켜진 ‘가시밭길’이다. 내수부진 장기화, 세계 경제 불확실성 증폭에 국내 정치마저 요동치며 가계·기업과 외국인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된 상황으로 이번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대응에 실패할 경우 1%대 장기불황 터널 진입이 불가피하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이번 전망에서 정부가 계엄·탄핵 사태가 실물경제에 미친 영향을 제한적으로 해석함에 따라 향후 추가 하향 조정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일 오전 공개된 ‘2025년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한국 경제성장률(실질 국내총생산(GDP) 기준)은 2.1%로, 올해 성장률은 1.8%로 각각 전망했다. 지난해 7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과 비교해 반년 만에 지난해 성장률은 0.5%포인트, 올해 성장률은 0.4%포인트씩 각각 낮춰 잡은 것이다. 올해 성장률의 경우 정치 상황에 따른 불확실성이 관리된다는 전제하에 전망한 것으로 정치불안이란 부정적 변수를 제외하고도 저성장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셈이다. 정부 전망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2.1%), 국제통화기금(IMF·2.0%), 한국개발연구원(KDI·2.0%), 한국은행(1.9%) 등 국내외 주요 기관 전망치를 밑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정부는 우선 세계 경제 성장률이 지난해와 비슷한 3.2%로 예상되지만 미국 도널드 트럼프 신정부 정책 등 변수가 산적해 변동성이 너무 크다고 봤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정부가 올해 성장률을 크게 낮춘 가장 큰 요인도 세계 경기와 직결되는 수출 둔화다. 지난해 우리 경제를 힘겹게 끌고 왔던 수출은 핵심 품목인 메모리 반도체 매출 증가율이 2024년 81%에서 올해 13%대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미 신정부 통상정책 변화로 하방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8.2% 증가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던 수출이 올해는 1.5%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정부는 내다봤다.

내수도 녹록지 않다. 고물가·고금리 개선으로 민간소비는 지난해 1.2%에서 올해 1.8% 증가할 전망이지만 대내외 정치 상황 등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높은 가계부채 수준이 복병이다. 특히 건설투자는 지난해 1.5%에 이어 올해도 1.3% 줄며 내수 회복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경기흐름이 부진한 데다 생산연령 인구도 감소하다 보니 고용한파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17만 명으로 추산되는 취업자 수 증가 폭은 올해 12만 명으로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나마 연간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2.3%에서 올해 1.8% 상승하며 하향 안정세가 이어지겠지만 누적된 고물가에 지정학적 리스크·기상여건에 따른 원자재·농산물 가격 변동성 때문에 체감경기 어려움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락장·고환율로 우리 경제를 주름지게 했던 금융·외환 시장 역시 올해도 불확실성이 지속될 거라는 게 정부 관측이다. 더욱이 탄핵 사태 장기화와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 여파 등이 추가로 반영될 경우 상황은 더 악화할 수 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성장률이 1.8% 수준으로 낮아지면 민생 어려움이 가중되고, 대외신인도 영향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sujininv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