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시설 기준 강화” 뒷북 입법… 항공안전 7개 법안중 통과는 ‘0’

“조류탐지 레이더 등 의무화”
사건 터지자 부랴부랴 추진

여야 지도부가 연일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발생한 전남 무안국제공항을 방문해 ‘재발 방지’를 약속하고 있지만 정작 22대 국회에서 발의된 항공안전 관련 법안 가운데 통과된 법안은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참사가 터진 이후에야 재발을 막기 위해 조류 탐지 레이더 설치를 의무화하고, 로컬라이저(방위각, 착륙 유도 안전 시설) 등 공항시설 설치 기준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해 ‘뒷북 입법’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2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제주항공 참사 발생 이후 총 2건의 공항시설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은 이번 참사의 핵심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로컬라이저 등 공항시설 설치 기준을 현행처럼 대통령령·부령·예규 등이 아니라 법률로 명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민 의원은 제안 이유에서 “국토교통부 예규의 ‘항공장애물 관리 세부지침’에 공항 장비와 설치물 관련 규정이 있지만 시민의 생명·안전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법률로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인 박용갑 민주당 의원이 내놓은 공항시설법 개정안은 국토부 장관이 각 공항에 조류 탐지 레이더와 열화상 카메라 등 조류 충돌 방지 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규정했다. 박 의원에 따르면 미국 연방항공청은 조류 탐지 레이더 등을 도입한 이후 중대 사고 발생률을 2010년 6.0%에서 2019년 4.1%로 떨어뜨렸다. 박 의원은 “전국 공항 중 조류 탐지 레이더를 설치한 곳이 한 군데도 없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참사 발생 이전 22대 국회에서 발의된 항공 안전 관련 법안은 총 7건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7월 발의한 항공보안법 개정안은 항공기 출입문·탈출구·기기 조작 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의 항공안전법 개정안은 항공교통 관제사 자격증명 요건을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기준을 준수하도록 했다. 국토부 장관이 5년마다 수립하는 항공안전 기본정책에 승무원의 근무 환경을 포함하도록 한 항공안전법 개정안(황운하 조국혁신당 의원)도 있다. 이들 법안은 아직 통과되지 않은 채 모두 상임위에 계류돼 있는 상태다.

나윤석 기자 nagij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