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마저 지워지는 쪽방촌… ‘일류도시 서울’의 민낯[출판평론가의 서재]

■ 출판평론가의 서재

수도권에서 서울로 들어서면 내비게이션 속 여성은 이렇게 말한다. “세계 일류 도시, 서울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속으로 생각한다. ‘서울이 언제부터 일류 도시였지?’ ‘정말 일류 도시인가?’ 도시 빈민, 쪽방촌, 빈곤 밀집지역 생태계를 연구하는 탁장한이 ‘서울의 심연’을 통해 쪽방촌을 통해 그려낸 서울은, 세계 일류 도시가 아니라 ‘빈곤의 도시’다. 2022년 여름부터 1년을 쪽방촌에서 난 저자는 “가난하다는 이유만으로” 감내해야 할 고통의 무게가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큰 그곳의 현실을 고발한다. 쪽방촌 공동 수도와 싱크대 호스, 세면장은 찬물만 나오도록 설계됐다. 건물주들이 애초 보일러 설치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쪽방촌을 대하는 서울시의 행정은 최악이다. 서울시는 “도심 한복판에 빈곤한 쪽방 인구가 많다고 알려지는 상황”을 꺼릴 뿐 아니라 “빈곤층 인구가 적게 보이도록 하고자 쪽방을 추가로 발굴하지 않았고, 쪽방 철거도 발생하도록” 방치했다. 물론 인격과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없지 않다. 민간단체인 동자동사랑방은 거주자들에게 물품을 주는 방식, 즉 시혜적 태도를 지양하면서 “1인 가구인 동자동 쪽방촌 거주자들과 함께 공동체 문화를 가꾸고 지키는 역할”에 매진한다. 사랑방은 쪽방촌 적응을 문제시하지 않고, “인간이 나타낼 수 있는 하나의 삶의 유형으로 인정”한다. 가난한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자연스러운 마을이라는 것이다. 극빈층은 몇 만 원이 없어 생활고를 겪고, 급전을 구하는 과정에서 자존심을 잃는 경우가 많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소액금융도 쪽방촌의 어둠을 조금이나마 밝히는 역할을 한다.

그럼에도 쪽방촌은 상시 화재 위험과 극강의 더위, 감당하기 힘든 바퀴벌레 떼, 열악한 공용 화장실 등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한다. 또한 무시와 폭력, 연쇄적 죽음을 목격해야 하는 내적 공포로 삶을 지탱하기 힘들다. 저자는 행정 영역은 말할 것도 없고, 쪽방촌 사람들을 돕는 쪽방상담소, 사랑방, 교회 등의 역할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이를 ‘빈곤 거버넌스의 개선’이라고 명명한다. 한편으로 “쪽방촌의 재개발”도 조속히 진행되어야 한다. 저자는 그 방식이 “공공과 민간이라는 이분법에 갇히지 말고 ‘세입자 재정착’에 최우선 목표”를 두어야 한다고 말한다. 서울이 세계 일류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성장의 그늘에 가려진, 어두운 곳들을 두루 살펴야 함을 ‘서울의 심연’은 잘 보여준다.

장동석 출판도시문화재단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