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왕 ‘2년차 징크스’는 없다” … 김택연, 2024 김택연에 도전장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두산 김택연이 지난해 12월 27일 잠실구장에서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2025년에 대한 각오를 다지고 있다. 백동현 기자

프로야구 고졸 신인 최다 세이브
최연소로 두자릿수 기록 달성도

신인답지 않은 두둑한 배짱으로
시속 150㎞ 직구 한가운데 꽂아

각종 시상식에도 훈련 안 빼먹어
체력 기르며 스플리터 연마 집중

“올핸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도 이기겠습니다.”

프로야구를 포함한 모든 프로스포츠에서 신인왕에 오른 선수에게 ‘2년 차 징크스’는 통과의례다. 2년 차 징크스는 데뷔 첫해 좋은 성적을 거뒀지만, 다음 시즌 슬럼프에 빠지는 것을 뜻한다. 실제로 첫 시즌에는 장단점이 노출되지 않고 부담 없이 신인의 패기로 기세를 올리지만, 2년 차에 접어들면 성적이 뚝 떨어지는 사례가 많다. 철저하게 분석을 당하는 것이 2년 차 징크스의 원인 중 하나. 다음 시즌엔 장단점은 물론 습관까지 공개되고, 상대 팀들의 집중분석과 견제에 시달린다. 여기에 전년도의 맹활약으로 인해 의욕이 앞서 무리하는 경우에도 2년 차 징크스란 늪에 빠지게 된다.

지난해 프로야구 신인왕에 등극한 김택연(20·두산)이 2년 차 징크스를 뛰어넘겠다는 의지가 대단하다. 김택연은 지난해 12월 27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주변에서 2년 차 징크스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하신다. 2025년에 어떤 소리를 듣던 흔들리지 않는 것이 목표다. 실패한다고 하더라도, 내가 더 성장하는 시간이라는 생각으로 견뎌내고 또 견뎌낼 것”이라면서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 2년 차에도 안 무너지고 더 잘하는 모습을 증명해 팀 우승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김택연은 지난해 정규리그 60경기에 등판해 65이닝을 소화하면서 3승 2패에 19세이브, 4홀드를 남겼다. 평균자책점 2.08. 사실 시즌 출발은 불안했다. 시즌 첫 3경기에서 평균자책점 7.71로 부진했고, 2군으로 내려갔다. 3월 30일부터 4월 8일까지 열흘간 재정비를 가진 김택연은 4월 11일 한화전에서 복귀전을 치렀고, 이후 승승장구하며 역대 프로야구 최연소 두 자릿수 세이브, 고졸 신인 한 시즌 최다 세이브(17세이브) 기록 등을 갈아치웠다. 김택연은 2024시즌 뒤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정규리그 신인왕 트로피를 차지했다. 당시 신인상 투표에서 김택연의 득표율은 92.08%(101표 중 93표)에 달했다. 그의 활약에 걸맞은 보상도 받았다. 김택연은 2024년 연봉 3000만 원에서 1억 원 이상 오른 1억4000만 원에 사인했다.

김택연은 두둑한 배짱이 매력 포인트였다. 고졸 신인답지 않게 침착했다. 여기에 시속 150㎞를 넘나드는 묵직한 직구는 KBO리그 어느 투수들과 견줘도 손색이 없었다. 이승엽 두산 감독이 믿고 마무리 자리를 맡긴 이유다. 김택연은 “시즌을 시작할 때 패기 있게 해보자는 목표를 세웠고, ‘신인 선수가 한가운데로 빵빵 던지는 모습이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신 있게 던지려고 했다. 그렇게 들어간 시즌은 기대 이상이었다. 벌써 새해 내 모습이 더 궁금하다. 준비를 똑똑하게 하고 있다. 최악의 데뷔를 딛고 2024년을 잘 보냈으니, 새해엔 처음부터 최고가 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택연은 다음 시즌을 위해 개인훈련에 몰두하며 특히 체력을 기르고 있다. 지난해 12월 각종 시상식에 참석했지만, 정해놓은 훈련은 한 번도 빼먹지 않았다. 오후 시상식 땐 오전에, 오후 시상식이 있다면 오전에 하루 정해놓은 훈련량을 채웠다. 다가올 스프링캠프에선 업그레이드를 꾀한다. 김택연은 2024시즌 직구와 슬라이더를 주로 던지는 ‘투 피치’ 유형의 투수였다. 비시즌엔 스플리터 연마에 많은 시간을 쏟고 있다. 스플리터는 직구와 같은 궤적이지만, 타자 앞에서 아래로 뚝 떨어지는 구종이다. 포크볼보다 낙차는 크지 않지만, 속도가 더 빠르다. 김택연은 “2025시즌 개막 전까지 슬라이더를 더 날카롭게 가다듬고, 스플리터의 완성도도 높이는 게 과제다. 최고 수준의 구종을 기대하는 건 아니지만, 승부구를 만들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모든 프로선수의 시즌 목표는 우승. 김택연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김택연은 더 멋진 그림을 그리고 있다. 김택연은 “2025년엔 안 아픈 것이 1차 목표지만, 모든 선수가 그렇듯이 팀 우승이 최고의 목표”라면서 “최고의 선수가 되기 위해선 그만큼의 노력이 필요하다. 비시즌 준비를 잘해 꼭 선배님들과 우승 트로피를 들고 싶다”고 거듭 강조했다.

정세영 기자 niner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