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관저 ‘초유의 진입’… 공수처, 경내 1·2차 저지선 뚫어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관저 들어서는 공수처·경찰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이 집행된 3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관들이 관저 정문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윤성호 기자

■ ‘영장 집행’ 극한 대치

경찰 등 150명 오전 8시5분 진입
수시간 대치하며 인력 추가투입

경호처, 관저건물 막판까지 사수
尹측 “불법 영장집행에 법적 조치”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헌정 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에 대한 체포·수색영장 집행에 나선 3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대통령경호처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막아섰지만 공수처는 추가 영장 집행 시도를 통해서라도 영장 집행시한(6일) 내에 윤 대통령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비상계엄 태스크포스(TF) 팀장인 이대환 수사3부장을 비롯한 공수처 검사·수사관 30명은 이날 오전 8시 5분쯤 대통령 관저 앞에 도착한 뒤 5시간 가까이 대통령경호처와 대치하고 있다. 경찰 특별수사단 관계자는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들이 1, 2차 저지선을 통과하고 관저 앞에서 경호처와 대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수처 측은 관저를 지키고 있는 박종준 경호처장에게 영장을 제시하며 협조를 요청했지만 박 처장은 이를 불허했다. 박 처장은 “대통령경호법상 경호구역을 이유로 수색을 불허한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공수처와 경호처 간 대치가 장시간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날 영장 집행에 동원된 인원은 공수처 30명, 경찰 특별수사단 120명으로 총 150명이다. ‘1차 저지선’으로 보이는 관저 앞 바리케이드 안으로는 80여 명이 진입했다. 남은 70여 명은 밖에서 만약의 사태를 위해 대기 중이다. 경찰 측은 경호처와 체포단이 대치했으나 몸싸움이 발생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현재 관저 경비를 맡은 경호부대는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55경비단으로 알려졌다. 대통령경호처가 아닌 수방사 일반 사병들이 체포영장 집행 저지에 동원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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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을 발부받은 기관이 공수처이기 때문에 집행 또한 공수처가 해야 한다. 하지만 경찰 국가수사본부가 공수처와 공조수사본부(공조본)를 꾸려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 중이기 때문에 경찰이 영장 집행 지원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관저 인근에는 영장 집행과 충돌에 대비해 경찰 기동대 46개 중대(중대당 60명), 경찰 3000여 명이 배치됐다. 경찰 기동대 버스 135대가 현장에서 대기하며 길게 차벽을 세웠고, 이로 인해 오전 시간 한남대로 차량통행이 일부 통제됐다.

대통령 측 윤갑근 변호사는 이날도 공수처의 영장 집행에 대해 “불법 무효인 영장 집행은 적법하지 않다”며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현재 헌법재판소와 법원에 영장에 대한 이의절차가 진행 중”이라며 “불법적인 영장 집행에 대해서는 집행과정의 위법상황에 대해 법적인 조치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변호사는 이날 관저에서 진행 중인 영장 집행과정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영장 집행 과정에서 변호인의 참여권이 보장되지 않는 경우 향후 법적 다툼으로 이어질 수 있는데, 이를 고려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수처는 영장 집행에 앞서 대통령실에 협조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에 대해 “대통령비서실장은 대통령경호처를 지휘 감독할 권한이 없음을 알려드린다”는 내용의 회신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영장 집행 과정에서는 대통령실의 다수 직원들도 진입을 막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사건과 관련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를 받는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에게 세 차례 출석요구를 했고 윤 대통령은 불응했다. 이에 공수처는 법원에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했고 지난달 31일 발부받았다. 현직 대통령의 체포영장이 발부, 집행된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정선형·강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