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는 최악인데… 새해부터 가격 올리는 해외명품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가격 더 오르기 전에… 해외 고가 브랜드 에르메스에 이어 루이비통·샤넬·구찌·프라다 등이 연초 주요 품목 가격을 올릴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2일 서울 시내의 한 백화점에서 이용자들이 개점을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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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렉스 최고 1000여만원↑
에르메스 전제품 10% 인상
“살 사람은 사” 배짱 마케팅

국내 소비심리가 크게 얼어붙고 있지만, 해외 고가 브랜드들은 새해 벽두부터 주요 품목에 대한 가격 인상에 속속 나서고 있다. 이들 브랜드는 가격 인상 배경으로 원자재 가격 인상·환율 상승 등을 꼽고 있지만, 매년 예외 없이 가격을 올려왔다는 전례로 볼 때 ‘가격을 인상해도 살 사람은 산다’는 자신감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지난해부터 인상 폭을 확대하고 여러 번 가격을 올리는 ‘N차 인상’까지 단행한 바 있어 막대한 매출을 올려주는 한국 소비자를 우습게 아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두 차례나 가격 인상에 나섰던 스위스 시계 브랜드 롤렉스는 새해부터 인기 모델인 데이트저스트 오이스터스틸·화이트골드 36㎜ 국내 판매 가격을 기존 1292만 원에서 1373만 원으로 약 6.3% 올렸다. 금으로 만든 모델은 18%나 올라 인상 금액만 1000만 원 이상으로 전해졌다. 산하 브랜드 튜더 역시 인기모델 블랙베이 41㎜ 스틸은 615만 원에서 642만 원으로 4.4%, 펠라고스는 681만 원에서 708만 원으로 4% 올렸다. 한 소비자는 “생각보다 롤렉스의 인상 폭이 너무 커서 놀랐다”며 “2021년 4700만 원 정도였던 데이토나 금통 모델은 이제 7200만 원 이상으로 뛰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예물시계로 선호되는 태그호이어도 일부 소비자에게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1월 중 전 제품 가격이 인상(평균 7%)되는 만큼, 구매를 계획 중이시라면 미리 참고를 부탁한다”고 공지했다. 시계 브랜드 브라이틀링 역시 오는 20일쯤 전 품목 가격을 평균 8% 인상할 예정이다. 프랑스 브랜드 에르메스는 이날부터 의류·가방·보석류 등 전 품목 가격을 평균 10% 인상했으며, 이탈리아 브랜드 로로피아나도 4일 국내에서 일부 제품 가격을 약 15% 올릴 것으로 전해졌다.

내수침체 장기화에도 해외 고가 브랜드들이 이 같은 정책을 펼치는 건 가격이 올라도 국내 주요 소비층은 구매를 지속한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소비자들에게 고가 제품의 소유가 곧 ‘특권’이라는 이미지를 강화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매년 가격이 오르더라도 구매력 있는 소비층은 해외 고가 브랜드를 꾸준히 찾고 있다”고 했다. 다만 해외 고가 브랜드들의 성장세는 주춤할 것으로 전망됐다. 컨설팅 기업 베인앤컴퍼니는 “지난해 개인용 럭셔리 시장은 3810억 달러(약 558조 원)로 전년보다 2% 감소한 것으로 추산된다”며 “코로나19가 크게 확산한 2020년을 제외하면 2008년 이후 처음으로 줄어든 것”이라고 말했다.

최준영 기자 cjy3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