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급여 가격 등 의사 마음대로… 정보고지 의무도 없어 ‘기형적 팽창’

■ 병원별 도수치료비 최대 62.5배 차이

정부가 통제하는 급여 진료와 달리 의사 재량권으로 치료비를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비급여 진료는 과잉진료와 의료비 증가, 필수의료 붕괴란 악순환 구조를 심화시킨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정부 관리 사각지대에서 기형적으로 팽창한 비급여진료를 두고 시민사회에서도 진료량과 가격에 대한 정부의 실효성 있는 관리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6일 발표한 ‘병원 비급여 가격 실태 및 합리화 방안 이용자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상위 5개 비급여진료 중 규모가 가장 큰 도수치료는 2차 병원 851곳에서 가격 격차가 49만2000원에 달했다. 가장 비싼 병원은 50만 원, 가장 싼 병원은 8000원으로 가격 차이는 62.5배다. 체외충격파치료는 병원급 808곳 중 최대 가격이 45만 원, 최소 가격이 2만 원으로 가격 차는 22.5배다.

병원 간 진료비 격차가 가장 큰 항목은 ‘경피적 경막외강신경성형술(염증 부위 약물 주입)’이다. 병원 472곳 중 가장 비싼 곳은 380만 원, 가장 싼 곳은 20만 원으로 가격 차이가 360만 원이었다. 척추-요천추 자기공명영상(MRI)은 병원 625곳 중 최대 가격이 68만 원, 최소 가격이 25만 원으로 가격 차가 43만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무릎관절 MRI는 병원 628곳 중 최대 가격이 88만 원, 최소 가격이 25만 원으로 가격 차가 63만 원에 달했다.

최근 비급여 진료는 건보 진료와 혼합해도 치료효과와 비용 적정성 여부에 대한 관리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이는 병원이 비급여 진료 여부와 진료량·가격·명칭을 마음대로 정하고 전체 보고 의무도 없기 때문이다. 비급여 공개제도도 인터넷 접근이 어렵고 공개 항목과 범위가 제한적이어서 신규 비급여는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국민은 정부가 비급여진료비를 건강보험처럼 정하는 등 적극적인 정책개입이 필요하다고 인식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84%는 비급여 진료 가격 제어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응답자 2명 중 1명(54%)은 정부가 비급여 진료비 상한선을 정한 후 범위 내에서 결정하는 관리 정책을 택하기도 했다. 정부가 건보처럼 비급여 진료비를 정해야 한다는 응답자도 43%로 높게 나타났다.

남은경 경실련 사회정책국장은 “의료비 부담과 의료 안전성 문제뿐만 아니라 필수의료 붕괴 원인으로 지목되는 비급여 진료에 대한 가격 통제 등 정부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민우 기자 yoom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