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식 ‘닥공 매직’… 베트남, 6년만에 미쓰비시컵 탈환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김상식(가운데)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이 6일 오전(한국시간) 태국 방콕의 라차망칼라 스타디움에서 2024 미쓰비시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환호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 ‘동남아 월드컵’ 우승 포효

공격 위주 전술에 팀워크 강화
태국과 결승 1·2차전 5-3 승
7승1무로 ‘역대 최다승’ 기록
댄스 세리머니 펼친 金 감독
“포기 안한 선수들에게 감사”

‘박항서 신화’에 이어 ‘김상식 매직’이 베트남을 휩쓸고 있다.

김상식 감독이 베트남을 이끌고 아세안챔피언십(미쓰비시컵) 역대 최다승 우승을 달성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14위인 베트남은 5일 밤(한국시간) 태국 방콕의 라차망칼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미쓰비시컵 결승 2차전에서 97위 태국을 3-2로 눌렀다. 지난 2일 1차전에서 2-1로 이겼던 베트남은 1·2차전 합계 5-3으로 승리, 2008년과 2018년에 이어 6년 만에 통산 3번째 정상에 오르며 태국의 3연패 도전을 저지했다. 베트남은 이번 대회 무패 행진(7승 1무)을 달리며 미쓰비시컵 역대 최다승 우승국으로 올라섰다. 박항서 감독은 2018년 대회에서 베트남을 이끌고 6승 2무로 우승 트로피를 들었다.

베트남은 전력에서 태국에 열세였다. 김 감독은 그래서 결승전을 앞두고 ‘투혼’을 강조했다. 투혼은 위기에서 빛났다. 특히 김 감독은 평소 선수들과 허물없이 지냈기에 선수들은 이를 악물고 김 감독의 지시를 수행했다. 김 감독은 우승 직후엔 ‘권위’를 내려놓고, ‘댄스 세리머니’를 펼치며 선수들과 우승 기쁨을 나눴다.

지난해 5월 부임한 김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승승장구했으나 일각에선 9월 귀화한 브라질 출신의 응우옌쑤언손이 활약한 덕분이라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응우옌쑤언손은 이번 대회에서 7골을 작성, 득점왕에 올랐다. 그런데 응우옌쑤언손은 결승 2차전에서 1-1이던 전반 34분 다리 부상을 당해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됐다. ‘에이스’를 잃은 베트남은 후반 29분 실점, 1-2로 몰렸으나 김 감독의 전술과 용병술로 불신의 눈초리를 완벽히 잠재웠다. 특히 비기기만 해도 우승할 수 있었으나 김 감독은 태국에 맞붙을 놓았다. 김 감독은 2-2이던 후반 40분엔 응우옌하이롱을 투입, 수비보다 공격에 더 집중했다. 응우옌하이롱은 김 감독의 기대에 부응, 후반 65분 추가 득점을 올리며 우승에 쐐기를 박았다. 이처럼 김 감독은 K리그1 전북 현대에서 코치, 감독을 지내며 ‘닥공축구’를 지도했던 경험을 이번 결승에서 그대로 이어갔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기에 응우옌쑤언손의 날카로운 결정력이 더해져 동남아 축구 최강으로 불렸던 태국의 코를 꺾었을 뿐 아니라 대회 사상 최초로 ‘7승’을 거두는 새 역사로 이어졌다.

김 감독은 이날 ‘사령탑 한일전’에서도 승리, 기쁨을 두 배로 맛봤다. 태국의 이시이 마사타다 감독은 가시마 앤틀러스(일본)를 이끌고 일본 J1리그와 일왕배, J리그컵 등에서 정상에 오른 일본 지도자. 이시이 감독은 “베트남에 축하를 전한다. 그들이 더 좋은 플레이를 펼쳤고 승리할 자격이 있다”고 칭찬했다.

김 감독은 베트남의 ‘국민영웅’ 박 감독의 길을 이어갈 토대를 쌓았다. 박 감독은 2017년 베트남 부임 후 호성적으로 눈길을 끌다가 2018년 미쓰비시컵(당시 스즈키컵) 우승으로 ‘국민영웅’으로 부상했다. 김 감독은 특히 베트남 통일(1976년) 이후 처음으로 동남아시아 최강 태국에 2연승을 거두며 장기 집권의 발판을 마련했다.

김 감독은 우승 기자회견에서 “오늘 밤은 역사적이었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싸워준 선수들에게 감사하다”면서 “K리그에서 우승한 적이 있지만 국가대표로는 첫 우승이다.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김상식호의 우승으로 베트남은 열광에 빠졌다. 하노이, 호찌민, 다낭 등 주요 도시에선 수많은 베트남 국민이 길거리 응원을 펼쳤다.

VN익스프레스에 따르면 우승 직후 베트남 전역에서 수백만 명이 길거리 축제를 펼쳤고, 베트남 공안은 주요 도로의 차량을 통제했다.

허종호 기자 sportsh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