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에 퇴짜맞은 공수처 공문, 지휘권 없는데 ‘지휘’ 명시

공수처, 형소법 81조 근거로
“검사 지휘로 사법경찰이 집행”

법조계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
사법경찰은 검찰 수사관만 해당”

경찰 국가수사본부(국수본)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일임 요청을 ‘법적 결함’을 이유로 거부하면서 검사의 사법경찰 지휘를 규정한 형사소송법 81조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경찰은 2021년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의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이 사라진 만큼 공수처가 이를 준용해 경찰에 영장 집행을 지휘할 수 없다며 반발하는 모양새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국수본에 ‘윤 대통령 체포 집행 일임’ 공문을 보내면서 형소법 81조를 근거 조항으로 적시했다. 형소법 81조는 ‘영장은 검사 지휘로 사법경찰관리가 집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법경찰관리는 사법경찰 중 직급에 따라 사법경찰관과 사법경찰리를 합쳐 부르는 명칭으로 경찰·검찰 수사관·공수처 수사관 등이 포함된다. 공수처는 공수처 검사 역시 검사인 만큼 해당 조항에 따라 사법경찰관리인 경찰에 영장 집행을 지휘할 수 있다는 취지라고 밝혔다.

하지만 국수본은 “공수처 공문은 법적 결함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공수처 요청을 즉각 거부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검경수사권 조정에 따른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수사준칙) 제정으로 경찰은 더는 검사의 수사 지휘를 받지 않게 됐기 때문이다. 국수본 관계자는 “검찰이 발부받은 영장을 경찰이 대신 집행한 사례도 없다”고 덧붙였다. 검찰 관계자 역시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이 직접 수사한 뒤 검찰에 영장 등을 신청한 경우에는 경찰이, 검찰이 직접 수사한 뒤 청구한 경우는 검찰이 자체적으로 영장 집행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의 내란죄 수사의 경우 공수처가 검경으로부터 사건을 이첩받아 수사를 진행하고 있고, 체포·수색영장도 직접 청구했기 때문에 영장 집행의 주체 역시 공수처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차장검사 출신 김종민 변호사 역시 SNS를 통해 공수처를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수사지휘권이 폐지된 현재 형소법 제81조는 검사가 사법경찰인 검찰 수사관에게 집행지휘를 할 수 있다는 제한적 규정”이라며 “현행 형소법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박탈) 이후 검사의 경찰 수사지휘 규정이 없어졌고, 공수처법도 경찰 수사지휘에 대한 규정이 없다”고 꼬집었다. 공수처는 결국 “공조수사본부(공조본) 체제에서 경찰과 잘 협의해 체포영장 집행에 만전을 기하겠다”며 한발 물러섰지만 체포영장 집행 떠넘기기 논란에 경찰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지휘’ 용어 사용 등으로 경찰과의 수사 및 영장 집행 공조에 파열음을 냈다는 평가다.

이현웅 기자 leehw@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