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사 지급여력 ‘뚝’… 삼성생명도 첫 200% 밑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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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하기에는 준비금 늘어
신한·동양 등도 줄줄이 하락세

손보사들은 되레 소폭 상승세
메리츠는 32%P 급등하기도

미국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시장금리 하락 영향으로 지난해 3분기 국내 주요 보험사의 ‘지급여력비율(K-ICS 비율)’이 줄줄이 하락했다. 상대적으로 장기 자산을 많이 보유한 생명보험사가 손해보험사보다 더 큰 타격을 입었다. 생보업계 1위인 삼성생명은 지급여력비율이 처음으로 200%를 하회했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생명의 지난해 3분기 K-ICS 비율은 193.5%로 전 분기보다 8%포인트 하락했다. 중형 보험사인 신한라이프(231%·-4.5%포인트), 동양생명(160.3%·-5.9%포인트), 미래에셋생명(193.8%·-4.2%포인트) 등도 악화됐다. K-ICS 비율은 보험계약자가 일시에 보험금을 요청했을 때 보험사가 보험금을 제때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는 지표로 가용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눠 산출한다. 숫자가 클수록 보험금 지급 여력이 충분하다는 의미다. 금융당국은 이 비율을 150% 이상으로 유지토록 권고하고 있다.

이는 시장금리가 떨어지면서 보험부채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보험부채는 보험사가 미래에 고객에게 보험금을 지급하기 위해 마련해둬야 하는 준비금이다. 보험업계에 적용되는 회계제도인 ‘IFRS17’은 보험부채를 현재 가치로 평가하는데, 할인율과 손해율·해지율 등이 적용된다. 금리가 낮아지면 할인율도 낮아져, 일반적으로 저금리 시기에는 보험부채가 커진다. 생보사들은 만기가 긴 자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어 금리 하락 이후 K-ICS 비율이 금리 하락 영향을 상대적으로 크게 받은 것으로 보인다.

손해보험사의 K-ICS 비율은 상대적으로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삼성화재(280.6%·1.7%포인트), 현대해상(170.1%·0.4%포인트), KB손보(203.7%·1%포인트) 등 대형 손보사들은 소폭 상승했다. 메리츠화재의 K-ICS 비율은 257.0%로, 전 분기보다 32.2%포인트나 상승해 눈길을 끌었다. DB손보(228.8%·-0.4%포인트)는 소폭 감소했지만, 200%를 상회하며 배당 여력을 확보했다. 보험사들이 올해 결산에서 해약환급준비금의 20%를 배당재원으로 활용하려면 K-ICS 비율이 200%를 넘겨야 한다.

무엇보다 생보업계 1위인 삼성생명의 K-ICS 비율은 사상 최초로 200%를 밑돌아 주목된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금리 하락, 삼성전자 주가 하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삼성생명이 대주주인 삼성전자의 주가가 3분기에 대폭 하락하면서 자산이 감소한 영향이다. 이 관계자는 “인위적인 자본 확충 없이 있는 그대로의 체력을 평가받은 것”이라며 “3분기 실적 발표 때 예상된 범위의 하락 폭”이라고 덧붙였다.

4분기에는 금융당국의 보험회계 규제 강화까지 맞물리면서 K-ICS 비율의 추가 하락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보험사들의 자본 확충 조치가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해 선제적으로 채권 발행 등에 나선 한화생명(164.1%), 교보생명(170.1%) 등은 3분기 K-ICS 비율이 소폭 상승했다.

김지현 기자 focu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