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소설, 진실과 허구, 나와 타인… 그 경계를 확인하고 싶었죠”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12월 서울 중구 문화일보사에서 만난 윤지양 시인. 문호남 기자

■ 시집‘기대없는 토요일’ 윤지양

‘무심한’시선으로 고정관념 깨
메신저 대화 기록도 시로 옮겨

시의 본령이 세계를 다르게 보는 일이라면 새로운 언어를 지닌 시인을 발굴해 온 김수영문학상을 지나칠 수 없다. 제43회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하고 시집 ‘기대 없는 토요일’(민음사)을 펴낸 윤지양 시인은 문화일보와 만나 “경계를 확인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시인만의 독특한 시선에 대해 이번 시집의 발문을 쓴 선우은실 문학평론가는 ‘무심함’이라고 평했다. 세상만사를 향한 무심한 시선은 자신의 일(1인칭)과 상대방의 일(2인칭)을 초월한다. 이를 통해 1인칭의 성찰적 독백으로 치부되기 쉬운 시의 장르적 특성을 허물고 ‘경계 확인하기’를 가능하게 한다.

수록된 시 ‘소설’은 화자가 P라는 인물과 나눴던 대화의 기억에서 시작한다. 편향된 정치 유튜브 동영상을 보고 ‘독재국가하에서는 국방력이라도 강했다는 말’을 하는 P. 이에 대해 화자는 자신이 독재를 ‘모르고’ 국방력과 폭격에 대해서도 ‘모른다’고 고백한다. 이어서 P처럼 말할 수 있는가 생각하면 ‘아니며’, 마땅한 반론이 섬세하게 뻗지도 ‘않는다’고 말한다. 계속되는 부정형 어미는 끝내 쓰인 글자들이 시가 ‘아니다’라는 선언에 이른다. 그러나 부정하는 순간 부정은 이미 실패한다. ‘바나나가 아니다’라는 문장을 읽으면 바나나만이 머릿속을 채우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부정할수록 경계는 드러난다. 시가 아니고 소설이라는 주장은 글자들의 어색한 경계만을 드러낸다. 소설이 되길 희망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말한다. 소설 속에서 진실이라고 주장하는 모든 내용은 허구이기 때문이다.

윤 시인에게는 시와 소설처럼 진실과 허구 또한 경계에 놓여 있다. 그는 “세계에 명명백백한 진실은 개인이 파악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시와 소설 모두 진실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즉 그가 진정 확인하고자 했던 것은 각각의 주장이 난무하는 시대 속 진실이며, 진실을 추구하는 언어의 경계를 어루만져 불가능해 보이는 진실에 다가간 것이다.

시인은 다양한 시도를 통해 언어의 경계를 확인한다. 예를 들면 개발자로 일하던 당시 영어로 나눴던 메신저 대화 기록 자체가 시가 되기도 하고, 남성과 여성으로 규정 할수 없는 다양한 목소리들을 불러온다. 읽는 동안 작동하는 독해 과정은 같은 말을 각자의 의미로 다양하게 해석하도록 만든다. 쓰는(말하는) 사람과 읽는(듣는) 사람의 경계를 확인하는 작업은 결국 언어의 뿌리에 사람이 있다는 점을 드러낸다. “기초로 가기 위해 편견을 포기할 때 말의 주체인 사람, 삶이 보여요.”

‘조지에게’에서는 ‘두드림 뒤에 따라올 가여운 존재를／ 실은 너무 사랑하고 있어’라는 구절이 눈에 띈다. 경계를 의심했던 58편의 시 속 ‘두드림’ 후 발견한 삶. 시인은 사람의 삶을 사랑하고자 편견을 걷고 무심하게, 수없이 되물었던 것이다. 시인은 다음 시집에 대한 다짐도 내보였다. “요즘의 세상을 보면 조금 더 말하고 싶어요. 거리감을 뒀던 세상에 뛰어들어 가 봐야죠.(웃음)”

장상민 기자 joseph03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