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스로이스 사건’ 운전자에 마약처방하고 마취 상태 환자 성폭행한 의사에 2심서도 징역 16년형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고법 전경. 연합뉴스

약에 취해 차를 몰다 인도로 돌진해 행인을 숨지게 한 ‘롤스로이스 사건’ 운전자에게 마약류를 불법처방하고 수면 마취상태의 여성환자들을 성폭행한 의사가 항소심에서도 중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4-3부(부장 황진구·지영난·권혁중)는 8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및 준강간 혐의 등으로 기소된 40대 의사 염모 씨의 항소심에서 징역 16년을 선고했다. 지난해 6월 1심에서 징역 17년을 선고한 것과 비교하면 1년 감형됐지만 여전히 중형을 선고한 셈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향정신성의약품 투약 목적으로 내원하는 사람들에게 의료행위를 빙자해 프로포폴 등을 투약하는 방법으로 수익을 올렸다"며 "그 과정에서 마약류 취급에 관한 내용을 허위로 보고해 진료기록을 허위로 작성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마취상태 여성환자들을 성폭행한 혐의에 대해서는 "범행 당했다는 사실을 인식하거나 기억할 수 없다는 점을 악용해 장기간 범죄를 저질렀고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며 "피해자 상당수가 극심한 정신적 충격·고통을 호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다수 피해자는 자해를 시도하고 준강제추행 피해자 중 한 명이 목숨을 끊어 사망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재판부는 "사회적 해악이 심해 중형 선고가 불가피하다"면서도 "범행을 모두 인정하는 점과 벌금형 초과 전과가 없는 점, 피해자들을 위해 상당액을 공탁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감형 이유를 설명했다.

염 씨는 롤스로이스 사건 운전자 신모 씨에게 치료목적 외 프로포폴·미다졸람·케타민 등 각종 마약류를 처방하거나 투약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2022년 1월부터 이듬해 10월까지 수면 마취상태의 여성환자 10여 명을 성폭행하고 수백 차례에 걸쳐 신체를 불법촬영한 혐의도 받는다.

한편 신 씨는 2023년 8월 서울 강남구에서 롤스로이스 차량을 몰다 행인을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았으나 2심에서 징역 10년으로 대폭 감형됐다. 신 씨는 염 씨로부터 피부 미용시술을 이유로 향정신성의약품을 투약받고 수면 마취에서 깬 직후 차를 몰다 사고를 낸 것으로 조사됐다.

강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