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수사 난국… 검수완박이 낳은 지휘공백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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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달넘게 수사 혼선 ‘통제불능’

검찰의 수사지휘권 폐지하면서
수사 통제장치는 보완하지 않아

최상목도 월권 문제로 ‘불개입’
警청장 제한적 지휘권 가능 불구
직무대리는 행사불능 법적 결론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 집행을 앞두고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가 경찰특공대와 형사기동대 투입 가능성을 검토하며 대통령 경호처와의 ‘무장 충돌’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과도한 ‘수사 독립성’ 규정으로 인해 경찰청장뿐 아니라 검찰, 심지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마저도 통제 권한을 상실한 것으로 파악됐다.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2020년 경찰의 수사 독립권을 이유로 검찰 수사지휘권을 폐지하면서도 ‘수사 통제 장치’를 보완하지 않은 탓이다. 경찰청장이 예외적으로 수사 지휘권한을 행사할 수 있지만 국수본은 최근 윤 대통령 영장 집행과 관련해 경찰청장 직무대리의 지휘권 행사가 불가능하다는 법적 검토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무장 기관 간 충돌 우려에도 아무도 통제할 수 없는 무정부 상황에 놓였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9일 문화일보와 통화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 당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국수본에 지나친 수사 독립성을 부여하면서 국정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 권한대행도 통제할 수 없게 됐다”며 “최 권한대행도 월권 문제로 인해 불개입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최 권한대행은 전날 경제부처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도 특정 기관을 언급하지 않은 채 “어떠한 경우에도 시민들 부상이나 정부 기관 간 물리적 충돌 등 불상사가 절대 없도록 만전을 기해 달라”고만 당부했다.

법조계에선 2020년 민주당 주도의 검찰개혁 당시 국수본과 공수처 설립을 추진하면서 수사 통제 장치 없이 과도하게 독립권만 부여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법상 국수본의 수사 사무는 경찰청에서 분리돼 국수본부장의 지휘를 받게 돼 있다. 경찰청장이 경찰법 제14조 6항에 근거해 긴급하고 중요한 사건의 경우 예외적으로 국수본을 지휘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이 있지만 국수본은 최근 윤 대통령 영장 집행 건에 대해선 예외 조항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국수본 관계자는 “재난이나 테러 같은 대규모 사건에 대해서만 예외 규정을 적용한다고 법적 검토를 마쳤다”고 했다.

사실상 이호영 경찰청장 직무대리가 윤 대통령 영장 집행 관련 지휘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에 최 권한대행 역시 경찰청장을 통한 지휘가 막혔다. 검찰은 이미 2020년 수사지휘권이 폐지돼 개입할 수 없다. 최 권한대행은 영장 집행 주체인 공수처에도 업무 협조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공수처법 제3조에서 대통령(권한대행)이 공수처의 사무에 관해 지시나 협의 등 일체의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최 권한대행이 특정 지시를 할 경우, 직권남용 등 현행법 위반 문제와 함께 민주당의 반발로 인한 탄핵 소추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했다.

최 권한대행은 반대로 대통령 경호처에 대해 충돌 자제를 지휘하기도 어려운 상황에 놓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덕수 국무총리마저 탄핵된 ‘권한대행의 대행’ 체제에서 전례가 없는 경호처 지휘권을 행사할 경우 월권 논란 등 법 위반 문제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과 경호처는 경호처장에 경호처 지휘권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김규태 기자 kgt9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