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호처 폐지’ 공약 어겨놓고… 이제야 또 없애자는 민주

경찰청 소속 옮기는 법안 발의
“보복성 입법 불과” 비판 잇따라
스스로 만든 공수처도 “없애자”

대통령 경호처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막아서자 야당이 ‘경호처 폐지법’을 쏟아내고 있다.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지연에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자신들이 주도해 4년 전 설치한 공수처 폐지론까지 나오고 있다.

9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황명선 민주당 의원은 경호처를 폐지하고 대통령 경호 기능을 경찰청 소속 대통령경호국으로 옮기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최근 발의했다. 황 의원은 “경호처는 최근 공수처가 법원이 적법하게 발부한 체포영장을 집행하는 과정, 나아가 수사기관 등에서 적법한 수사활동을 하는 과정을 불법적으로 방해했다”며 개정안 발의 이유를 설명했다. 경호처가 윤 대통령을 보호하고 나서며 ‘제2의 내란 사태’에 동조하고 있다는 게 민주당의 시각이다. 같은 당 민형배 의원과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도 비슷한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경호처 직원들의 총기 사용을 규제하고 처벌을 강화하는 대통령경호법 개정안도 나왔다.

정치권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경호처 폐지 공약을 지키지 않아 놓고 이제 와서 민주당이 다시 경호처 폐지법을 내놓는 건 ‘보복성 입법’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당시 문 정부는 경호처가 비선 실세 최순실 씨의 청와대 출입을 방조했다는 이유로 폐지를 공약했으나, 장관급이던 경호실을 차관급으로 하향 조정하는 선에 그쳤다.

민주당에서는 친명(친이재명)계를 중심으로 공수처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공수처가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에 연이어 실패하자 폐지 카드를 들고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공수처는 문 정부의 검찰개혁 상징물이다. 2019년 12월 자유한국당의 반대에도 민주당이 공수처 설치법 처리를 강행하며 설립됐지만, 이후 수사력 부족 문제가 불거지며 내내 무용론 꼬리표를 달고 다녔다. 그런데도 올해 예산은 전년보다 22% 늘어난 252억 원에 달한다.

민정혜 기자 leaf@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