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영토 야욕’에… “국경 불가침” 동맹국 반발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美를 멕시코 아메리카로” 응수 8일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이 대통령궁에서 열린 기자회견 도중 멕시코만 주변 지도가 띄워진 대형 화면을 가리키고 있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멕시코만을 ‘미국만’으로 바꾸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전날 주장에 대해 “미국을 ‘멕시코 아메리카’로 부르는 게 어떻겠느냐”고 응수했다. EPA 연합뉴스

■ ‘그린란드 美 편입’ 발언 논란

독일 “국제법 기본원칙 지켜라”
프랑스 “국경 침해 허용 않을 것”
이 와중에 EU·나토는 침묵
“미국 상륙 기다리나” 비판받아

워싱턴=민병기 특파원 mingming@munhw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파나마 운하의 소유권을 가져오고 덴마크령 그린란드를 편입하는 데 무력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야욕’을 거침없이 드러내며 미국의 오랜 우방과 동맹 사이에 균열이 일고 있다. 각국 지도자들이 트럼프 당선인의 발언을 비판하고 우려하는 입장을 잇달아 내놓는 와중에 유럽연합(EU)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지도부는 침묵으로 일관, 트럼프 당선인의 눈치를 본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미국 내 정치권의 공방도 거세지고 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8일(현지시간) 그린란드 편입 관련 트럼프 당선인의 발언에 “국경의 불가침(원칙)은 모든 국가에 동일하게 적용된다”며 “이것은 국제법의 기본 원칙이자 우리가 서구적 가치라고 부르는 것의 핵심 구성 요소”라고 밝혔다고 dpa통신은 보도했다. 장 노엘 바로 프랑스 외교장관도 이날 라디오 프랑스 앵테르에 출연해 “그린란드는 덴마크령이고 분명히 유럽 영토”라며 “EU는 세계 어느 나라가 됐든 주권적 국경을 침해하는 걸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사국인 덴마크의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 외교장관도 이날 “그린란드의 자체적 야망이 실현되면 독립하겠지만 미국의 연방주가 되겠다는 야망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하지만 파울라 핀노 EU 집행위 수석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우리는 지금 극도로 가정적인 것에 대해 얘기하고 있기에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싶지 않다”고만 말했다. 이에 일부 기자들이 “미국 해병대가 그린란드에 상륙하기를 기다리는 것이냐”고 비판했지만 EU 지도부는 회피성 답변으로 일관했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독일 중부 헤센주 비스바덴 미군 기지에 새로 들어선 나토의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및 훈련 담당기구 방문을 취소했다. 이를 두고 트럼프 당선인과 관련한 민감한 질문이 집중될 수 있는 상황에 부담을 느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8일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멜라니아 여사가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관이 안치된 워싱턴DC 국회의사당을 찾아 조문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멕시코만을 미국만으로 바꾸자’는 트럼프 당선인의 발언에 대해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북미 지역을 멕시코 아메리카로 바꾸는 것이 어떨까”라며 “17세기에도 멕시코만이라는 이름이 존재했고, 국제적으로도 통용되고 있으며, 미국이라는 나라가 생기기 전부터 확인되는 명칭”이라고도 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발언은 미국 내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의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은 “분명히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다”라며 “더 중요한 건 분명히 실현될 수 없는 아이디어라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도 기자들과 만나 “문제는 그린란드나 파나마 운하, 멕시코만의 이름을 미국만으로 바꾸는 것 등이 아니다”라며 “너무 오랫동안 미국의 중산층 규모는 줄어들고 있으나 생활비는 오르고 있다. 그것이 문제”라고 강조했다. 반면 친트럼프 성향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은 이날 “트럼프는 미국의 힘과 관여에 대한 감각을 (전 세계에) 투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