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목고보다 싼 대학 등록금… 올해 최소 수십 곳 올릴 듯”

■ 박상규 대교협 회장 인터뷰

“금주에만 20 ~ 30곳 인상 문의
물가 상승 대비 동결기간 길어”

“올해는 등록금 인상 대학이 최소 수십 곳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물가가 크게 오르는 상황에서 십여 년간 등록금 동결은 너무 길었다고 대학마다 호소하고 있습니다.”

9일 전국 4년제 대학들이 참여하는 법정 협의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의 박상규(중앙대 총장·사진) 회장은 문화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올해는 대학들의 분위기가 다르다”며 “이번 주 들어서만 20∼30개 대학 총장들로부터 등록금 인상 시 받을 수 있는 불이익 등에 대한 문의가 왔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이어 “문의가 온 대학은 수도권 주요 대학을 포함해 대부분 사립대지만 국립대도 있었다”며 “올해 등록금 인상이 최소 수십 개 대학에서 이뤄지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한다”고 말했다.

최근 서강대와 국민대가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를 통해 등록금을 각각 4.85%, 4.97% 인상하기로 한 데 이어 연세대, 중앙대, 한양대, 경희대, 성균관대, 홍익대 등 다수 대학이 인상을 검토 중이다. 고등교육법에 따르면 올해 대학 등록금 인상 법정 한도는 5.49%로, 이들 대학은 4∼5%대 인상안을 등심위에 제안한 상태다.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사총협)가 지난해 11월 회원대학 총장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90명 가운데 48명(53.3%)이 올해 등록금을 인상할 계획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올해 주요 대학들이 잇달아 등록금 인상을 결정 및 추진하는 것은 16년간 동결 피해가 누적된 결과다. 박 회장은 “전기세, 수도세를 비롯한 기본적인 물가마저 큰 폭 오르는 등 복합적인 인상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며 “대학이 적립금을 쌓아두고 있다고 얘기하는 곳도 있는데 대부분 발전기금이어서 기부자가 요청한 용도와 다르게 사용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박 회장은 “학생들의 분위기도 예년과 달라졌다”며 “중앙대에도 특목고 졸업생들이 많은데, 대학 등록금이 고등학교 때보다 싸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그는 “달라질 10년 후 대학의 모습을 생각하면서 대학의 입장도 이해해주기를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교육부가 등록금을 동결하면 교내 장학금을 지난해 대비 10% 줄여도 국가장학금을 지원받게 한 방안에 대해선 인상이 부담스러운 대학에는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