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2년여 만에 대통령 선출...“헤즈볼라 약화, 중동 안정화 신호탄”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9일 레바논 의회에 의해 새 대통령으로 선출된 조제프 아운 육군참모총장. UPI 연합뉴스

9일(현지시간) 레바논 의회가 조제프 아운 육군참모총장을 신임 대통령으로 선출하면서 2년 넘게 공석이었던 대통령직이 메꿔지게 됐다. 특히 서방·아랍 국가들에서 선호하는 아운 대통령이 선출됨에 따라 레바논 내에서 헤즈볼라의 영향력이 약화하고 중동 정세 안정화가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레바논 의회는 이날 의원 투표로 대통령을 결정하는 간선제를 채택한 헌법에 따라 표결을 진행하고, 재적 의원 128명 중 99명의 찬성으로 아운 대통령 선출안을 의결했다. 이는 2022년 10월 말 헤즈볼라와 가까운 관계였던 미셸 아운 대통령이 6년간의 공식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 지 약 2년 3개월 만이다. 그간 레바논 의회는 후임을 뽑기 위해 12차례 표결을 시도했지만 정치적 분열 속에 당선자를 내지 못했었다.

신임 아운 대통령은 취임 선서 후 연설에서 "오늘 레바논 역사의 새 장이 시작될 것"이라며 새 총리 지명을 위해 의회가 협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또 앞으로는 레바논 정부군이 무기를 독점적으로 사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레바논의 친이란 성향의 헤즈볼라와 이스라엘의 임시 휴전을 이어가고 추가 충돌을 막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아운 대통령은 "레바논이 이스라엘의 점령을 끝내고 침략을 막아낼 수 있도록 외교, 경제, 군사적 차원에서 포괄적인 방위 전략이 논의돼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특히 아운 대통령은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등 아랍 국가들이 선호하는 인물인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에 아운 대통령의 선출은 최근 전쟁으로 헤즈볼라가 타격을 입고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반군에 붕괴하는 등 이란을 중심으로 한 시아파 이슬람 세력이 약화한 반면, 수니파 종주국 사우디아라비아의 영향력이 부활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은 분석했다. 실제 레바논 내 헤즈볼라의 위상 약화 징후는 여러 곳에서 목격되고 있다. 이번 대통령 간접선거에서 헤즈볼라가 선호했던 후보 술레이만 프랑지에는 의회의 대통령 선출을 위한 표결 전 사퇴하고 아운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선언한 바 잇다.

한편 아운 대통령은 마론파 기독교인이다. 1975년부터 1990년까지 장기 내전을 치른 레바논이 내전 종료 후 세력 균형을 위한 합의에 따라 대통령은 마론파 기독교, 총리는 이슬람 수니파, 국회의장은 이슬람 시아파 출신이 각각 맡는 권력분점 체제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군 수장도 마론파 기독교인의 몫이다.

박상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