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도 ‘야당 눈치보기’ … 경제법안 촉각 속 물밑접촉

“기업 옥죄는 법안 막아야”
우호적 분위기 형성 주력

윤석열 대통령 탄핵 사태 이후 국정 공백 사태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당장 입법 현안을 해결해야 하는 산업계·경제계의 야당 눈치 보기도 극에 달하고 있다. 국회를 장악하고 있는 야권이 국회증언감정법(국회증언법)·상법 개정안처럼 기업을 옥죄는 법안을 주도하고 있는 데다, 규제 완화와 경기 부양을 위한 민생 법안 처리에는 부정적이거나 소극적인 모습을 나타내고 있어 산업계·경제계의 속도 새카맣게 타들어 가고 있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탄핵 정국 이후 전자·정보기술(IT)·석유화학 등 주요 업종별 대기업 대관팀은 국회를 수시로 오가며 야당과의 접촉면을 늘려나가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겉으로 드러나게 야당을 챙기지는 못하지만, 주요 사업과 관련된 경제 법안들을 사실상 야당이 주도하고 있는 만큼 물밑에서는 다양하게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며 “정권 교체 여부와 무관하게 거대 야당의 힘이 여전한 만큼 22대 국회 동안에는 야당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경제단체들은 야당과의 적극적 소통을 통해 반도체 특별법·전력망 확충법 같은 산업 육성 법안 통과에 주력하고 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지난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가진 민생현안 긴급 간담회에서 “반도체·철강·석유화학 등 많은 업종이 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중국의 추격 등으로 경쟁력을 잃고 있다”면서 “기업 활동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는 상법 개정이나 법정 정년 연장 같은 사안들은 신중하게 검토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금융회사 대관 업무 담당자들도 마찬가지. 입법기관인 국회를 사실상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어 금융 관련 입법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야당 관계자들을 만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금융회사 경영자들은 금융회사가 ‘이자 장사한다’는 인식을 강하게 가진 민주당 의원들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 실제, 민주당을 중심으로 은행 대출금리에 개입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가 바뀔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최근 목표이익률 등을 공시하도록 하는 내용의 은행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조기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큰 상황이고, 현재로는 민주당이 유리한 국면인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야당이 추진하는 법안들이 금융권에 우호적인 것만은 아닌 만큼 금융회사들로서는 최대한 우호적인 분위기를 만드는 노력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호준·박정경·이승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