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공세에 침묵하다… EU지도부, 뒤늦게 ‘우려’

“그린란드 편입” 발언 이틀만에
EU “민주주의 가치 수호해야”

習, 트럼프 취임식 특사만 파견

덴마크령 그린란드 편입에 무력 사용 가능성을 언급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발언 이틀 만에 유럽연합(EU) 지도부가 “민주주의 가치를 수호해야 한다”며 우려 입장을 내놓았다. EU 지도부가 트럼프 당선인 눈치를 본다는 비판이 커지자 뒤늦게 대응에 나선 것이다.

9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안토니우 코스타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X에 동시에 게시물을 올려 “미국은 우리의 가장 가까운 파트너 중 하나이며 우리는 대서양 연대를 강화하겠다는 확고한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어 “EU로선 우리의 근본적인 민주적 가치를 수호·강화하며 경제를 더 경쟁력 있고 지속가능하게 만들고, 글로벌 파트너십을 확장하고, 안보 투자 확대가 필수적”이라며 “차기 미 행정부와의 긍정적인 관계 형성을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U 당국자는 이날 갑작스러운 입장을 낸 배경은 생략한 채 각료급 조율을 거쳐 발표된 것이라고만 설명했다.

또 EU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X에서 극우 정당인 독일을위한대안(AfD) 공동대표인 알리스 바이델과 한 스트리밍 대담이 EU 규정을 위반했는지 확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이클 맥그래스 EU 민주주의·정의·법치담당 집행위원은 “대담을 스트리밍하는 것 자체는 규정 위반이 아니지만, 문제는 특정 콘텐츠(대담)의 불공정한 확산 여부”라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 측의 유럽에 대한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가운데 영국과 프랑스 정상은 방안 마련을 위해 모였다. 이날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회담 시작 전 “우크라이나와 중동, 유럽을 비롯해 상호 우려하는 다수 현안에 대해 중대한 논의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도 “이번 회담이 EU와 영국 관계, 우크라이나의 ‘중요한 위기’를 논의할 기회”라고 말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트럼프 당선인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들의 방위비 5% 인상 요구에 “엄청난 금액”이라며 부정적인 의사를 밝혔다.

한편 트럼프 당선인 취임식에 초대받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오는 20일 취임식에 자기 대신 고위급 특사를 파견할 것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했다.

이종혜 기자 ljh3@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