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값 줄줄이 빠지네…강남권도 실거래가 하락, 여기는 올랐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2일 오후 서울 중구 남산공원에서 아파트가 보이고 있다. 뉴시스

부동산 시장 관망세가 짙어진 가운데 서울 아파트값 하락이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9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시행과 유주택자 대출 억제로 매수 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국 불안으로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진 것이 시장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강남권의 실거래가마저 하락하고 있지만, 여의도·목동 등 재건축 추진 단지는 거래 침체 속에서도 신고가 행진인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한국부동산원이 조사한 지난주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97.0으로 작년 6월 셋째 주(98.0) 이후 7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매매수급지수는 기준선인 100보다 낮을수록 시장에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지난해 11월 셋째주(99.9)에 100 이하로 떨어진 뒤 8주 연속 기준선을 밑돌며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노원·도봉·강북구 등 중저가 아파트 단지가 몰린 동북권의 지수가 92.6으로 가장 낮다. 대출 규제와 금리에 민감한 지역들이다. 실제 시세보다 가격이 싼 급매물 위주로 거래가 이뤄지면서 개별 단지에서는 실거래가 하락이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노원구 상계동 일대는 12월∼1월에 계약된 아파트의 다수가 직전 거래보다 가격이 하락했다.

강동구 고덕동 래미안힐스테이트고덕 전용 84.83㎡는 지난해 8월 중순 17억3000만 원에 팔린 뒤 거래가 없다가 12월 들어 이보다 낮은 16억3000만 원, 17억 원에 각각 계약이 이뤄졌다.

대출 규제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한 강남권은 호가가 여전히 높지만, 거래 침체로 급매물 위주로 거래가 이뤄지며 실거래가가 1억∼2억원가량 하락한 곳이 나오고 있다.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아파트 전용면적 84㎡는 지난해 12월 말 18층이 26억1500만 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10월 초 17층이 최고 28억5000만 원에 팔렸는데 2억3000만 원 이상 낮은 금액이다.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면적 94.49㎡는 지난달 하순 3층이 40억 원에 팔렸다. 지난해 11월 초 2층이 42억2000만 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해 2억 원 이상 낮다.

반면 여의도·목동 등 재건축 추진 단지는 거래 침체 속에서도 여전히 신고가 행진이다. 영등포구 여의도동 대교아파트 전용 95.5㎡는 올해 1월 초 24억 원에 팔려 7월보다 1억 원 이상 올랐고, 삼부아파트 전용 92.13㎡는 지난해 11월과 12월 말에 직전 거래가보다 1억5000만 원가량 높은 25억 원에 각각 거래됐다.

양천구 목동7단지 전용 66.6㎡는 지난해 12월 하순 20억8000만 원에 거래되며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전용 101.2㎡도 직전 거래가보다 1억∼2억 원 높은 26억8000만 원에 계약됐다. 재건축 기대감으로 집주인들이 호가를 낮추지 않는 가운데 실거주를 원하는 수요자도 높은 금액에도 매수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탄핵 정국 등 혼란한 분위기 속에 집값도 당분간 약보합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거래량(계약일 기준)은 지난해 7월 9216건으로 단기 정점을 찍은 뒤 9월 이후 4개월 연속 거래량이 월 4000건을 넘지 못하고 있다.

반면 매물은 많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 집계 결과 서울 아파트 매물 건수는 시중은행이 대출을 억제하기 시작한 지난해 8월 말부터 8만 건을 넘기 시작해 1월 현재 8만8675건으로 급증한 상태다.

박정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