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방송’ 논란되자 2년 전 담당 공무원 찾아 징계…법원은 ‘위법’ 판결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행정법원 전경. 연합뉴스

북한 제작 영상 방송해 방송채널사용사업자 등록 취소
과기부 "직무 게을리했다"며 담당자 정직 1개월 처분
法 "문제 될 때마다 징계하면 언론 자유 침해된다"


방송채널사용사업자(Program Provider·PP)가 송출한 ‘북한 방송’이 논란이 되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년 전 담당 부서 공무원을 찾아 징계했다가 법원으로부터 위법이라는 판결을 받았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부장 이주영)는 공무원 A 씨가 과기부를 상대로 낸 정직처분 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13일 밝혔다. 2018년 설립된 통일TV는 2019년과 2020년 두 차례 과기부에 PP 등록을 신청했다. 과기부는 사업계획에 "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두 차례 등록을 거부했다. 그러다 A 씨가 등록담당 부서에 근무하던 2022년 통일TV의 3번째 신청을 받아들여 사업자등록을 승인했다. 하지만 통일TV는 2023년 1월 북한 제작 영상물을 방영하다 북한 체제 우월성을 선전한다는 이유로 등록 취소됐다. 과기부는 같은 해 11월 "통일TV 등록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업무에 부당하게 개입했고, 직무를 소홀히 했다"며 A 씨에게 정직 1개월 징계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법원은 과기부의 징계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A 씨가 국가공무원법 제56조에서 정한 성실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심사과정에 A 씨의 개입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등록허가 과정이 부당하다 볼 수 없다"며 "(정당한) 징계사유가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과기부는 사업자등록 신청이 승인된 지 약 2년이 2023년 6월에야 통일TV가 북한 제작 영상물을 방영한 것이 문제 되자 조사를 시작했다"며 "방송에 문제가 생길 때마다 등록심사부터 문제 삼아 담당 공무원 징계처분을 내리는 것은 헌법이 금지한 언론 사전허가제처럼 운용될 위험을 높인다. 공무원도 극도로 보수적 태도를 견지하며 (신청을) 거부할 소지가 커진다"고 강조했다.

강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