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모든 사업 다 할 수 있고 특정 경우만 불허하는 규제 시스템으로 바꿔야”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4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규제 풀어 민생 살리기 대토론회’에서 시민 제안에 답하고 있다. 서울시청 제공

청계천로 차 없는 거리 해제 제안에 "데이터 분석해 유지 여부 검토" 답변
뉴욕 같은 용적률 이양제 확대 가속화…"억울한 분 줄어들게 할 것"
노인 무임승차 버스까지 확대에는 부정적 의견 밝혀


오세훈 서울시장은 14일 자신이 직접 기획한 시민 100인 참여 난상토론 ‘규제풀어 민생살리기 대토론회’에서 "사업을 하는 데 불필요한 규제가 장애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규제 시스템을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오 시장은 개인소유 유휴차량 대여 중개플랫폼사업 운영 관련 규제철폐 의견을 낸 시민에게 "현재처럼 사업운영에 대한 금지사항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업을 다 할 수 있고 특정한 경우에만 안 된다는 시스템을 도입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많이 창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오 시장은 현재 도시공원법 제49조에 따라 공원 내에서 쌀이나 과일 등 로컬푸드를 직접 판매할 수 없는 규제를 없애달라는 제안에 대해서는 서울광장, 청계천 등 특정 지역에 한정해 시민에게 불편을 주지 않는 선에서 시도해보겠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도농상생 직거래 프로그램이 민생에 도움 되는 측면이 있고, 발걸음이 잦은 곳에서 해야 매출이 오를 테니 새로운 시도를 더욱 확대해 나가겠다"며 "다만 공원에서 요리해서 파는 것을 풀게 되면 공원을 즐기기에 방해가 될 정도로 무질서한 상황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풀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오 시장은 주말 청계천로 차 없는 거리 운영으로 시민의 안전한 보행은 확보됐지만, 주변 관철동 상인들은 어려워졌다는 시민 지적에 대해서는 "일리가 있다"며 "대중교통 외에 차량을 통제한 연세로에서 1년 단위 기간을 두고 매출액을 비교했더니 승용차를 통행시킬 때 매출이 많아서 얼마 전에 승용차도 들어갈 수 있게 변경했는데, 청계천도 고려해보겠다"고 화답했다. 단, "차 없는 거리가 세계적인 추세이고, 많이 걸어야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며 "요청이 있다고 바로 실행하는 건 아니고, 과학적 데이터를 갖고 변화를 만들어낼 것인지 그대로 유지 관리할 것인지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건설·주택·도시계획 분야에서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해제 검토 외에도 다양한 규제 완화 방침을 밝혔다.

이날 ‘대단지 아파트 인접 소규모 단지는 대단지와 함께 통합 정비 시 기부채납 완화, 추가 용적률을 부여하거나 소규모 단지 단독 정비사업에도 유사 혜택을 준다면 소규모 단지의 노후화, 슬럼화를 막을 수 있을 것’이란 취지의 제안도 나왔다. 오 시장은 "충분히 도와드릴 가치가 있는 제안"이라고 평가했다.

대규모 정비·주택사업 시 도시공원·녹지 등 기부채납 완화를 통해 사업성 저하와 갈등을 막아달라는 의견에는 지난해 일본 ‘미야시타파크’를 방문했을 때 공무원들에게 입체공원 관련 사항을 검토하도록 지시한 바 있다고 소개하고, 옥상·측면·벽면을 활용한 녹화도 공원 면적으로 인정해줘서 규제를 완화하는 방법을 시도 중이라고 밝혔다.

오 시장은 특히 용적률 이양제 제안에 대해서는 미국 뉴욕의 사례를 보고 제도를 바꾸기 시작했다며 최대한 가동범위를 넓혀 용적률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 시민들의 억울함을 해소하겠다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문화재 제한 등 국가적 필요에 의해서 추후 규제가 들어가 특정 지역만 손해를 보게 하는 경우에는 원래 누릴 수 있는 용적률을 팔 수 있게 해주자는 것이 용적률 이양제도"라며 "그걸 잘 활용하면 미국, 싱가포르, 일본처럼 토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 시장은 "예를 들어 강동에 유적지 근처 높이 제한을 해놨는데, 거기 주민들은 조금 억울하다"며 "이양제도를 가동하기 시작했는데, 가속화해서 좀 더 억울한 분들이 줄어들 수 있도록 하겠다"고 역설했다.

현실적으로 어려운 요구에 대해서는 선을 긋기도 했다.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 패스를 버스도 연계해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청에 대해 오 시장은 "서울시 대중교통 적자를 시민 세금으로 메우고 있다"며 "9000억 원 적자를 내며 빚을 져서라도 지하철 무임승차를 유지하고 있지만, 버스까지 확대하면 600억 원 넘게 더 든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예정된 2시간을 훌쩍 넘겨 3시간가량 진행됐다.

김성훈 기자